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기영이를 만들었어요_검정고무신 _ 이영일 작가

Interview

| 2020-11-09 09: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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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부터 만화에서 출발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며 30년 가깝게 사랑받은 검정고무신의 원작자를 기억 하는 이는 드물다. 우리나라 만화시장에서 스토리작가는 그림작가의 그늘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라도 분명히 다시 한번 말해본다. 검정고무신의 원작자는 스토리를 쓴 이영일 작가(필명 도레미)다. 바로 그가 검정고무신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검정고무신이 2015년 이후 극장으로 돌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늘에 가려졌던 ‘원작자’ 의 소감이 궁금했다.



TV시리즈 이후 5년 만의 컴백인데, 소감은?

검정고무신이 1992년 만화로 처음 선보인 이후 무려 30년 가까이 큰 사랑을 받으며 대한민국 토종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도 감사한데, 이번에 극장에서 작품이 개봉돼 작가로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검정고무신을 만화로 처음 접한 어린 친구들이 지금은 30~40대 학부모가 돼 있다는 게 신기하 기도 하고, 여전히 검정고무신을 지켜봐주시고 사랑해준다는 것에 대해 작가로서 매우 뿌듯하다.


 

스크린 속 검정고무신은 이전 작들과 어떻게 다른가?

극장에서 선보이는 검정고무신은 총 3개의 작품으로 기획됐다. 이번에 상영하는 ‘추억의 검정고무신’ 은 TV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다뤘다. 2편과 3편은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검정고무신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검정고무신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다룬 만화를 연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하다가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녹여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 으로 작품을 구상했다. 국민학교 시절 친구들과 놀던 이야기부터 가족 이야기, 그 시대의 사회문제까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생각하면서 수개월간 스토리 작업을 먼저 진행 했다. 이후 만화가 이우영 씨가 그림으로 옮겼다.


 

기철, 기영 형제의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기철이는 우리 형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기영이는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내 성(姓)에 영희와 철수와 비슷한 느낌으로 기영이, 기철이란 이름을 붙였다. 내가 살아온 60~70년대를 주제로 이야기를 구상하려니 배경이 너무 어두운 것 같았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가족끼리 행복하고 밝은 모습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에 기영이는 밝은 모습의 캐릭터로, 기철이는 엉뚱하지만 나름의 철학이 있고 어른스러운 면을 많이 담았다.


 

검정고무신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글을 쓰면서 이야기에는 시적인 소울(Soul, 마음)이 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검정고무신의 등장인물들에 내 감정을 최대한 이입하려고 노력했다. 그 시절 단순한 사건만 찾아 보고 썼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따뜻한 감성의 이야기를 팬들에게 들려줄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직접 경험하고 몸으로 체험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더 현실감 있고 마음속 깊은 울림을 주는 게 아닌가 한다.

 

 

 

 

특별히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나?

작품에 담긴 가족애와 따뜻한 감성을 알아보고 최초로 애니메이션 제작을 결정한 KBS와 새한프로덕션의 송정율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만화가 출신인 송감독이 주인 공과 몇몇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있도록 수정해줘 사랑받는 캐릭터로 재탄생했다고 생각한다. 또 2004년 제작된 검정고무신 3기를 끝으로 더 이상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 아낌없이 투자와 지원을 해준 형설앤에게도 고맙다. 20여 년이 넘도록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동안 흔한 캐릭터 상품 하나 없었지만 형설앤에서 애니메이션 4기와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적극 투자했고 상품화도 가능하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


 

검정고무신 2가 나오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로 구성될까?

만화 검정고무신은 2006년 연재를 마지막으로 끝났지만 스토리는 계속 쓰고 있었다. 검정고무신이 연재될 때의 어린이들이 지금은 30~40대 어른이 됐다. 검정고무신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만화였다. 하지만 지금은 80~90년대에 태어나 어린아이를 둔 사람 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 세대의 부모와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절의 이야기를 더 많이 다루려고 한다.


 

검정고무신 원작자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글을 쓰고 작품이 사랑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성격이라서 그동안 서운한 감정은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전쯤 ‘이우영 작가의 검정고무신 진짜 아부지 인터뷰’ 라는 한 기사를 내 딸이 보고 화를 내더라. 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아무리 만화시장에서 스토리작가의 입지가 좁더라도 기획부터 캐릭터 설정, 배경, 등장인물, 가족관계, 주변인물 이야기들을 처음 작업해 그림을 그려줄 사람을 찾았을 뿐인데 모든 것이 그림 작가가 한 것처럼 비춰졌으니 말이다. 스토리작가는 만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물론이고 등장인물의 성격, 배경, 대사, 심지어 만화에 나오는 효과음까지 만화에 표현 되는 모든 이야기를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작품에 노력과 정성을 쏟았지만 다른 사람이 원작자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소설, 역사, 철학, 과학, 영화 등 여러 분야의 저서가 있다. 가장 선호하는 분야와 주제는?

고전소설이다. 고전소설에는 그 시대상을 통해 역사와 철학 등을 알 수 있어 사람들의 삶을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와 관객들에게 한 마디

검정고무신을 기획한 지 30년이 다 돼가는데 이렇게 정식으로 인사드리는 건 처음인 것같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 까지 검정고무신을 사랑해주시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는 팬들이 있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같아 고마운 마음이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검정고무신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팬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변함없는 따뜻한 이야기와 감동으로 보답 하겠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11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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