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07-06 16:26:45
캐릭터산업을 견인하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다. 기술은 캐릭터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확장시킨다. 전에 없던 기술의 등장은 신규 콘텐츠나 비즈니스 모델 창출로 이어지고 창작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며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캐릭터산업 백서’ 의 내용 중 기술 발달에 따른 캐릭터산업의 변화를 짚어본다.
가상현실 속 캐릭터와 인플루언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확산,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기술의 발전은 버추얼 캐릭터를 출현시켰다. 버추얼 캐릭터들은 유튜브, SNS, 오프라인 콘서트장이나 이벤트 공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팬들은 버추얼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그들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최근 주목할 만한 버추얼 캐릭터는 일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브이튜버(VTuber)다. 브이튜버는 Virtual과 Youtuber의 합성어로 유튜버의 역할을 하는 가상의 캐릭터를 말한다. 주로 사람이 2D 애니메이션풍의 캐릭터에 목소리와 모션캡처(Motion Capture) 기술을 활용한 몸짓을 더해 콘텐츠를 내보내는 방식을 취한다.
유튜브 내 브이튜버 채널의 시청자 분석 솔루션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유저로컬(User Local)에 따르면 일본의 브이튜버 채널 숫자는 2018년 1월 31일 181개에서 같은 해 7월 31일 4,475개로 급증했다. 6개월 만에 4,000명이 넘는 브이튜버가 새롭게 데뷔한 셈이다. 브이튜버의 급증은 시청자의 인기에서 비롯된다. 실제 같은 기간 브이튜버 채널 구독자수는 428만 명에서 1,394만 명으로 늘었다.
브이튜버는 기존 산업을 확장하고 신산업을 이끌었다. 일본에서는 기존의 멀티채널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 MCN) 비즈니스 모델에 버추얼 캐릭터를 접목해 브이튜버를 발굴·육성하거나 아예 연예기획사를 표방 하는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버추얼 캐릭터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력을 새롭게 1인 미디어 생태계 안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브이튜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VR 전문기업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초이, 에이펀인터랙티브의 아뽀키가 대표적이다. 아뽀키는 유전자 조작에 의해 노래와 인간의 말을 할 수 있게 된 토끼라는 설정을 토대로 유튜브에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 커버 영상을 올리고 있다. 또 지난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SICAF)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유튜브에 브이튜버가 있다면 SNS에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Influencer)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가상의 인플루언서다.
인플루언서는 SNS상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며 트렌드를 선도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이들을 말한다.
최초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미국의 스타트업 브러드 (Brud)가 만든 릴 미켈라(Lil Miquela)다. 2016년 4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8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며 실제 인플루언서처럼 친구들과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패션쇼를 보러 가고 음악 축제를 즐긴다.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주요 패션 브랜드 들과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지난해 7월에는 패션지 ‘엘르 (ELLE) 멕시코’ 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슈퍼모델이라 불리는 슈두(Shudu) 역시 온라인에서만 존재한다. 사진작가 카메룬 제임스 윌슨 (Cameron-James Wilson)이 만들어낸 슈두는 각종 뷰티 ·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브랜드가 직접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KFC의 콜로넬(Colonel)이 대표적이다. KFC 창립자를 연상케 하는 외모의 콜로넬은 KFC의 각종 행사, 이벤트 등의 메인 모델로 자주 활용된다.
가상의 아이돌 그룹도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했다.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의 캐릭터 아리, 아칼리, 카이사, 이블린 등이 걸그룹을 결성한 것. 현실의 걸그룹인 (여자) 아이들의 멤버 소연이 아칼리를, 미연이 아리를, 미국의 솔로 가수 메디슨 비어가 이블린을, 자이라 번스가 카이사를 담당했다. 특히 AR 기술로 실제 가수들과 캐릭터가 함께 등장해 공연을 펼친 것이 인상적이었다. 참여 아티스트들의 일부 안무 동작을 모션캡처해 캐릭터에 입혔기에 가능 했는데, 아티스트와 캐릭터 간 동작의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현실감과 입체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온라인게임 엘소드도 지난해 4월 프로젝트 엘스타를 발표 하며 트리니티에이스, 메가 케이크, 메이즈, 얼터 크라운등 4개 그룹을 순차적으로 선보였고 각 그룹별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발표했으며 오프라인 팬미팅도 가졌다.
이 같은 시도는 캐릭터산업과 음반산업을 공진화(여러 종이 서로 영향을 주며 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캐릭터는 늙지도, 지치지도 않으며 국적도 없어 문화할인(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언어·관습·취향이 다른 문화 시장에 진입했을 때 가치가 감소하는 것)이 크지 않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7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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