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3-05-01 14:00:14
MZ세대의 성지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갤러리 몰랑이 문을 여는 건 평소 팬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윤혜지 작가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몰랑이 살아 숨 쉴 수 있게 하는 건 팬심이에요. 그들의 관심이 없다면 금방 사라지고 말 거예요. 그래서 항상 팬의 입장에서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해요. 곧 오픈할 쇼룸도 캐릭터가 선사하는 감성을 그윽하게 느낄 수 있는 갤러리 형태로 꾸밀 거예요.”
좋아하는 팬덤의 세대가 바뀐 걸 체감하는가?
온라인에서 댓글로 소통하곤 하는데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팬들이 이제 대학생이 됐더라. 팬층 연령대가 처음엔 20∼30대 여성이었다가 2016년 문구 용품 매출이 커지면서 10대로 낮아졌는데 이들이 크면서 다시 10∼20대로 옮겨가는 것 같다.
팬덤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사실 운이 잘 따랐다고 할 수 있다. 타이밍에 맞게 좋은 파트너를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인형뽑기가 유행할 때, 이모티콘이 나왔을 때 유통사의 프로모션이 적기에 진행된 덕에 캐릭터를 빠르게 알릴 수 있었다. 몰랑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다질 수 있었던 건 상품화 영향이 크다. 혼자 움직였다면 이만큼 오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 때문에 ‘파트너들이 있었기에 사랑받는다’ 는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곤 한다.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 소통하려고 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팬들과 소통해왔는데 올해는 고마운 마음을 직접 표현하고자 오프라인 행사를 자주 열려고 한다. 팬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얘기를 나누면 반가운 마음이 더 커지더라.
캐릭터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사업 전략도 변화가 있나?
시장의 흐름과 현재의 이슈에 대응해 다가가려고 한다. 몰랑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땐 어린이를 겨냥한 캐릭터가 대세여서 20∼30대 여성층을 공략하려고 했다. 이모티콘이 유행할 땐 입체 피규어를 내놔 소비자들이 캐릭터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산리오 등 일본 캐릭터가 대세인 요즘에는 한복을 입히거나 한글로 이름을 표기하고 우리나라만의 문양을 입혀 몰랑이 토종 캐릭터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행하는 것 중에서 부족한 점을 찾아 어떻게 차별화할지 고민한다. 트렌드를 좇기보다 관심과 애정이 식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우리의 장점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짠다.
해외 사업을 강화할 계획은?
상반기에는 오프라인 활동에 집중하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볼 생각이다. 밀리마주와의 계약 때문에 국산 제품의 해외 수출이 막혀 있었는데 올해부터 물꼬가 트인다.
사실 내가 그리는 아트워크와 밀리마주가 만든 애니메이션 기반 아트워크 분위기나 그림체가 좀 다르다. 그런데 해외에서 한국 몰랑의 스타일을 원하고 있으니 서로의 스타일과 분야별 강점을 살려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업하기로 논의를 마쳤다. 수출 의향이 있는 파트너사가 있다면 연락주시면 좋겠다.
지향하는 롤모델 IP가 있나?
이슬로 작가님이나 스누피의 분위기와 완성도 높은 아트워크를 좋아했다. 오프라인에 캐릭터를 즐기는 상징적인 공간이 있는 점도 닮고 싶은 부분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오프라인에 캐릭터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거다. 박물관처럼 작품을 감상하고 맛있는 음식과 굿즈로 오감이 즐거운 몰랑만의 감성 공간을 마련해보고 싶다. 직접 체헐할 수 없다면 실존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이모티콘보다 제품에 집중하는 이유, 연남동에 쇼룸을 여는 이유다. 인스턴트식으로 소비하기보다 실존하는 걸 보고 만지는 경험이 캐릭터를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한다. 디지털 콘텐츠는 시간이 지나면 금방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지만 오프라인은 언제나 볼 수 있는 현재 그대로 존재한다. 실재가 주는 매력이다.
몰랑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몰랑이란 이름에는 말랑말랑한 감성이 담겨 있다. 사람들이 몰랑을 떠올릴 때만큼은 경직되지 않고 부드러운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또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캐릭터를 지금도 좋아하고 함께 성장해왔으며 언제나 나와 함께 있다는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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