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5-09-22 08:00:07
지방에서 그림으로 먹고사는 프리랜서 이지는 작가 자신이다. 여러 도전과 시행착오를 통해 깨우친 ‘나답게 사는 법’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창작자로 살아가는 현실, 돈 걱정하는 남편과의 갈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지방 창작자의 현실 생존툰’은 프리랜서 창작자에게 유용한 정보와 특유의 공감 스토리로 20∼40대 여성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경북의 작은 도시에 산다. 몇 년 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다시 누워 하루를 흘려보내던 시간이 있었다. ‘이렇게 내 인생이 사라지는 걸까’란 생각 끝에 생활을 바꿨다. 새벽 수영으로 하루를 열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서 무작정 출근하듯 작업실로 향한다. 연재 툰을 그리고 지원 사업에 도전해 디자인도 하고 굿즈도 만든다. 때로는 남편의 디자인 업무를 돕고 밤엔 웹툰과 맥주 한잔으로 숨을 고른다. 얼마 전에는 하루라는 아기 고양이를 만났는데 그 뒤로는 고양이 육아까지 일상의 일부가 됐다.
인스타툰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화가의 삶을 꿈꾸며 전시와 아트 페어를 나갔다. 그러나 돌아오면 통장은 늘 비어 있었다. 그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때 가볍지만 진심인 기록을 남겨보고 싶어 인스타툰을 시작했다.
주 독자층은 누구인가? 그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는 뭘까?
2년쯤 헤맸다. 연재하면서 내 마음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됐다. 잘 꾸민 장면보다 솔직한 허술함이 더 오래간다는 걸 배웠다. 팔로어의 대부분은 25∼40대 여성이다. 창작자이거나 지금이라도 시작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꾸준히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창작자들에게 금기시되던 돈에도 관심이 많다. 이지라는 캐릭터가 시행착오를 거쳐 어떻게 벌고 살아가는지 그 과정에 공감하고 응원해 주시는 것 같다.
인스타툰 연재 이후 이룬 성과는 뭔가? 그리고 미흡한 부분은?
인스타툰은 나를 세상과 연결해 줬다. 지방에서의 고립감이 옅어지고 동료들이 생겼다. 지원 사업에 도전할 용기도 생겼다. “당신 덕분에 다시 시작해 보고 싶어졌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던 말을 계속 써야겠다는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이 큰 성과다. 한편으로 만화는 미술과 다른 언어라는 걸 느끼며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그림체, 구성, 글 등을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팬덤을 키우고 콘텐츠의 상품성을 높이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팬덤과 상품성에 대한 정답은 모른다. 다만 나름의 기준은 있다. 쓸모, 공감, 재미,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클릭하진 않더라. 삶에 바로 쓰이거나, 내 이야기가 겹치거나,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흥미가 있을 때 비로소 손가락이 움직인다. 그렇지만 늘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게 쉽진 않다. 그래서 마감을 우선시하면서 분석-수정-반복하는 방식으로 툰을 연재하고 있다.
앞으로 무엇에 도전하고 싶은가?
7월에 캐릭터라이선싱페어를 다녀왔다. 이런 캐릭터 산업이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귀엽고 조금 하찮은 캐릭터를 키우고 싶어졌다. 굿즈와 협업으로 세계를 넓히고 언젠가 그 페어의 부스에 서는 것이 내 새로운 목표다. 오늘도 그 목표를 향해 작은 것부터 만들어보고 있다.
이제 시작하는 작가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완벽을 붙잡을수록 멈추고 싶었다. 그래서 자기 검열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마감 우선, 대충이라도 업로드’를 떠올린다. 생각한다. 때로는 부족해 보여도 그게 다음을 부르고 콘텐츠가 쌓이게 한다. 큰 조언은 못 하겠지만 이 방식이 내겐 도움이 됐다. 가볍게, 솔직하게, 자주. 오늘 가능한 만큼만 올리고 내일 한 줄 더, 그렇게 계속하자란 생각으로 해나가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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