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5-09-19 08:00:33
어느 날부터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북극곰 두부가 부모를 잃은 쌍둥이 펭귄 핑, 퐁과 우연히 만나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따뜻하게 보여주는 <알라스카 북극이야기>는 작가의 자화상이다. 오래 간직하고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그림에 담아 보는 이가 행복의 기억을 자주 떠올리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출판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지금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북 디자이너, 작가로 활동 중이다. 18년 동안 쓰고 그리고 책을 만들었다. 알라스카 북극이야기를 주제로 한 그림과 그림책, 핸드메이드 굿즈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알라스카 북극이야기>의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뭔가 해야지 작정하고 만든 게 아니다. 작업 중에 자연스럽게 나온 캐릭터다. 판화 작업을 배울 때 핸드메이드페어에 나갈 기회가 생겼다. 뭘로 나갈까 고민하다 슥슥 그렸던 게 북극곰과 펭귄이었다. 사람과 비슷한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동물에 더 가까운 형태였고 코믹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현장에서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일회성 전시로 끝내기는 조금 아까워서 캐릭터로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세계관을 만들고 외형도 조금씩 다듬어 2016년에 지금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배우 하정우·공효진 주연의 영화 러브픽션을 정말 재밌게 봤는데 극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캐릭터에 입혀보려고 알라스카란 OST 곡명을 따와 이름을 붙였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
처음에는 판타지 동화 같은 이야기를 표현했다. 북극에 사는 애들이 바닷속에 들어가니 따뜻한 지중해 풍경이 펼쳐지는 식이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전시 행사가 끊기니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한계에 부딪혔다. 공감대도 적은 것 같아서 그만둘까 고민하다가 나를 투영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란 생각에 내가 갔던 여행과 겪었던 경험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를 전시에서 보여주니 반응이 사뭇 다르더라. ‘캐릭터가 오래가려면 공감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었구나’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이후에는 멀리 있는 판타지가 아니라 내 일상의 경험이나 여행에서 누렸던 아름다운 추억을 화폭에 담고 있다. 작년까지는 유년 시절을 보낸 시골 풍경을 그렸다.
전하고자 하는 감정 또는 메시지는?
‘그림을 보고 뭘 느껴보라’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한 건 없다. 다만 그림에서 풍기는 아날로그 정서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 수채화, 실크스크린, 도자기 등 알라스카 북극이야기를 표현한 오브제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다. 난 사람의 손맛이 느껴지는 따스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보는 이들도 매끈한 이미지보다는 이런 감성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인위적인 꾸밈보다 평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사람들 기억에 오래 남을 거라 생각한다.
팬덤을 유인할 매력 포인트를 꼽는다면?
아트워크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이 아닐까. 현대미술에서는 익숙한 실크스크린 기법도 캐릭터 쪽에서는 생소하게 보일 것이다. 자연스러움과 고급스러움을 모두 지니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그래서 팝업스토어가 아닌 갤러리에서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캐릭터다. 실제 캐릭터라이선싱페어에서 원화 에디션이 생각 외로 많이 팔린 것도 이런 이유라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캐릭터페어에 수년째 참가하고 있는데 비즈니스 상담을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구, 완구, 뷰티 등 국내외 여러 분야의 기업과 만났다. 예전까지는 개인 작가로 나왔다가 올해는 브랜드의 대표 직함으로 상대를 만나니 마음가짐이 다르더라.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과 방향을 다잡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여러 곳과 협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당장 이뤄질 순 없으니 우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원화 작업에 집중해 보려 한다. 3년 전부터 개인전을 열고 있는데 재방문율이 꽤 높다. 요즘 갤러리에서도 팝아트나 캐릭터에 관심이 높은 만큼 전시 활동을 강화하면서 캐릭터성이 돋보이는 아트워크로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기회를 늘려가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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