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이슈로 돌아보는 2022년 캐릭터 · 애니메이션산업

Special Report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2-12-06 08:00:17

코로나 팬데믹의 위세가 꺾이면서 캐릭터·애니메이션산업계도 다시 예년의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움츠렸던 오프라인 마켓이 기지개를 켰고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사업설명회장에는 최신 트렌드를 읽으려는 바이어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하지만 소비와 투자 부진, 매출 하락, 창작·제작 위축이란 악순환은 더욱 고착화하고 있어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을 맞아 올해 업계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정리해본다.

 

활기 되찾은 오프라인 행사
국내외 IP 마켓 행사는 2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키즈 스크린 서밋을 시작으로 오프라인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6월 부산콘텐츠마켓으로 시작된 국내 행사는 7월 캐릭터라이선싱페어, 8월 제1회 서울 팝 컬쳐 컨벤션 서울, 9월 광주에이스페어, 10월 경기국제웹툰페어(Webtoon Fair), 11월 아이러브캐릭터라이선싱쇼로 이어졌다.
해외에서도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라이선싱 엑스포, 6월 라이선싱 재팬, 안시 애니메이션필름마켓, 9월 브랜드 라이선싱 유럽, 10월 밉컴·밉주니어, 차이나 라이선싱 엑스포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와 함께 콘텐츠 기업들의 신작 발표회와 사업설명회도 잇달았다.
7월 모꼬지의 고고다이노 사업설명회에 이어 8월 스튜디오버튼의 다이노맨 제작발표회 및 서울머천다이징(SMC)의 미피 사업설명회, 9월 피랩의 몰랑 사업설명회와 선우앤컴퍼니의 반짝반짝 달님이 시즌2의 제작발표회, 11월 CJ ENM의 라이선싱 사업설명회가 열려 오랜만에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구인난에 골머리 앓는 제작사들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를 졸업한 인력들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의 구인난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기획, PD, 애니메이팅 등의 분야에서 실무 인력을 뽑기 위해 잇달아 채용공고를 내고 있지만 쓸 만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몸담았던 인력들이 몰리는 곳은 게임, 웹툰, 뉴미디어 등 소위 잘나가는 콘텐츠 시장이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을뿐더러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 작품을 만들어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현장에는 처우나 근무환경이 우수하고 미래가 유망한 콘텐츠 분야로 서둘러 갈아타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여가와 일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정서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좀 더 자유로운 근무형태를 선호하는 흐름이 짙어지는 것도 노동 강도가 높은 애니메이션 분야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과 모바일 기술 발전, 뉴미디어 성장과 가상공간 출현 등으로 콘텐츠 활용도가 높은 애니메이션 분야의 인력 유출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문제는 이들을 붙잡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 때문에 심화하는 구인난을 계기로 제작 프로세스와 조직을 전면 개편해 체질개선에 나서는 제작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못 말리는 띠부띠부씰 열풍
16년 만에 다시 등장한 포켓몬 빵이 유통가를 휩쓸었다. 지난 1998년 처음 출시된 포켓몬 빵은 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을 수집하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지금의 20∼30대는 물론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품귀현상을 빚었다.
SPC삼립은 1998∼2006년 판매된 포켓몬 빵을 올해 다시 출시했다. 제품은 당시 인기를 끌었던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과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을 비롯해 신규 상품인 피카피카 촉촉치즈케익 등 7종으로 구성됐으며 띠부씰 159종을 무작위로 담아 수집의 재미를 더했다.
이름에 ‘돌아온’ 이 붙은 빵은 1998년에 출시된 제품과 같고 이 가운데 5종은 맛과 포장 디자인이 예전과 거의 흡사하다.
SPC그룹의 전신인 제빵회사 샤니는 1998년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만든 일본 제작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포켓몬스티커 띠부씰이 든 포켓몬 빵을 판매했다.

제품에는 빵과 함께 포켓몬스터 캐릭터가 그려진 띠부씰 151종이 무작위로 들어 있어 아이들 사이에서 캐릭터 스티커를 수집하는 열풍이 불었다. 띠부씰을 활용한 추억 마케팅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캐릭터 스티커가 들어 있는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빵도 덩달아 주목받기도 했다.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들의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고 추억을 소환하는 뉴트로 팬덤 마케팅은 수요층이 탄탄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니메이션 투자·지원제도 확충 촉구
새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애니메이션업계는 지난 6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과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 마련한 정책토론회를 통해 애니메이션산업 육성을 위해 지금보다 투자를 더욱 강화하고 지원제도도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OTT 플랫폼이 수익 일부를 애니메이션 제작에 재투자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민간투자 활성화를 유도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박재우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된 2020년부터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은 소비와 투자 모두 감소하면서 제작사들의 매출이 평균 25∼30% 하락했고, 핵심 제작인력마저 이탈하면서 제작역량이 갈수록 약화돼 기틀이 흔들리고 있다” 고 진단했다.
특히 박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K-콘텐츠를 초격차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내놨지만 정작 애니메이션 장르는 제외된 것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관심을 거듭 촉구했다.
김 의원은 “OTT 등장으로 인한 산업환경 변화,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며 “앞으로 K-애니메이션을 지속 가능한 대표 한류 콘텐츠로 육성하고 관련 산업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이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워내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토론회에서 얻은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K-컬처의 초격차 산업화, 콘텐츠 관련 예산 지원 확대, 콘텐츠 창작자 권리보호 강화 및 제작자 지원 확대 등 새 정부의 국정 과제와 공약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 고 덧붙였다.


SBA, 단편작 지원예산 대폭 삭감
서울산업진흥원(SBA)이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애니메이션의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SBA는 지난 5월 콘텐츠본부(옛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의 예산을 지난해 40억 원에서 올해 12억 5,000만 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SBA 측은 지원대상 범위를 애니메이션에서 웹소설, 웹툰, 드라마, 캐릭터 등으로 확대하고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방식을 변경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의 반발은 거셌다.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던 SBA와 애니메이션업계는 논의를 거듭한 끝에 지난 7월 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제작지원은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지원 규모는 당초 3억 원에서 6,000만 원으로 대폭 줄었다. 그간 3,000만 원씩 10편을 지원했지만 2,000만 원씩 3편만 지원키로 한 것.
장형윤 독립애니메이션협회장은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한 번 없어지면 다시 복구하기 힘든 지원사업을 그대로 유지했고 앞으로 주기적으로 만나 소통하기로 한 만큼 논의의 불씨를 살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며 “앞으로 정·관계 인사들을 설득하고 소통·협력하면서 지원예산이 더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 전했다.
업계는 해외 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 소식을 전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단편 애니메이션의 제작 활성화를 위해 공공부문이 더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사라지면 다양성이 줄고 신진 창작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막혀 결국 산업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현재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지원하는 기관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SBA 콘텐츠본부다.
콘진원은 장편과 단편을 포함한 독립애니메이션 16편 제작에 총 10억 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자들이 사업자 형태를 갖춰야 하고 실질적으로 제작을 도맡은 본인의 인건비를 책정할 수 없다는 제약이 뒤따른다. 이에 비해 SBA는 지원자도 인건비를 책정할 수 있는 등 지원요건이 상대적으로 유연해 창작자들의 지원율이 높았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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