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우 칼럼니스트
swchoi@wooinlaw.com | 2026-06-24 14:00:52
들어가며
캐릭터·콘텐츠 업계에서 실무상 흔히 벌어지는 저작권 분쟁은 의외로 거창한 침해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누가 저작자인가, 누가 저작권을 갖는가 같은 기본적인 권리관계에서 문제가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창업 초기 기업이나 소규모 스튜디오에서는 계약과 권리 정리가 미흡한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분쟁 위험이 더 크다.
실무상 자주 문제가 되는 유형은 크게 다섯 가지다.
프리랜서·외주 업체 등 외부인에게 작업을 맡긴 경우, 직원이 업무 중 작성한 저작물의 귀속 주체, 2명 이상이 함께 작업한 경우의 공동 저작 문제, 원저작물과 2차적 저작물의 관계, 라이선스 계약 해석 문제 등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중에서도 콘텐츠 기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업무상 저작물의 개념과 실무상 유의점을 살펴본다. 다음에는 한국·중국·미국에서 업무상 저작물을 등록할 때의 차이와 실무 포인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업무상 저작물이 중요한 이유
최근 콘텐츠 제작은 점점 팀 단위·회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게임, 애니메이션, 영상, 뮤지컬 같은 종합 저작물은 물론 웹툰·출판 분야도 기획, 작화, 채색, 편집, 마케팅이 분업화되면서‘법인 창작’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 회사는 회삿돈과 시스템으로 만든 결과물이니 당연히 회사 것이라 생각하고, 직원은 직접 창작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법은 이러한 충돌을 조정하기 위해 업무상 저작물 제도를 두고 있다. 저작권법 제2조 제31호는 업무상 저작물을 ‘법인 등의 기획 아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제9조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회사가 저작자가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상 저작물의 5가지 요건
회사가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려면 다음 5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① 회사가 저작물 작성을 기획했을 것
② 회사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 즉 직원이 작성했을 것
③ 직원이 자신의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일 것
④ 회사 명의로 공표될 것
⑤ 계약 또는 근무규칙에 다른 정함이 없을 것
따라서 회사 입장이건 아니면 직원 입장이건 이 다섯 가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 회사의 기획이 있어야 한다
회사가 단순히 비용만 지급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회사가 일정한 목적과 방향 아래 저작물 제작을 기획하고 구체적인 업무를 맡겼다는 점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일정한 목적과 방향 아래 저작물 제작을 기획하고, 캐릭터 콘셉트·세계관·수정 방향 등을 정해 직원에게 제작을 지시했다면 업무상 저작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2. 직원이 작성한 저작물이어야 한다
실무에서 가장 분쟁이 많은 부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직원은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조직 안에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다면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
반면 프리랜서·외주·도급 계약은 원칙적으로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형식상 프리랜서라도 실제로는 회사에 상시 출근하면서 내부 조직 체계 안에서 일했다면 예외적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콘텐츠 회사는 프리랜서 계약서를 써 놓고 사실상 직원처럼 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회사와 직원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
3. 업무 범위 안에서 작성된 저작물이어야 한다
직원이 만든 모든 창작물이 자동으로 회사 것이 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기획팀 직원이 개인적으로 소설을 쓰거나 공무원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하면 일반적으로 업무상 작성으로 보지 않는다.
4. 회사 명의로 공표해야 한다
업무상 저작물은 원칙적으로 회사 명의로 공표해야 한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저작물이라도 향후 회사 명의로 공개할 예정이라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특히 실무에서는 크레디트 표시에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림책 표지에 ‘○○ 출판사 펴냄 / 홍길동 글·그림’이라고 함께 적으면 홍길동이 공동 저작자인지 단순 참여 직원인지 해석상 다툼이 생길 수 있다. 반면 표지에 ‘○○출판사’명의를 표시하고 안쪽 크레디트 페이지에 ‘아트디렉터: 김홍도, 채색: 홍길동’처럼 역할을 표기하면 회사 명의 공표 요건을 안전하게 충족한다.
5. 계약이나 근무규칙에 다른 정함이 없어야 한다
계약이나 근무규칙에 별도의 정함이 있다면 그 내용이 우선한다. 예를 들어 ‘저작권은 창작자인 직원에게 귀속된다’거나 ‘회사는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라고 정해 두었다면 이 약정이 우선 적용될 수 있다. 회사 측은 계약이나 근무규칙에 어설픈 문구를 넣기보다 아무런 내용도 기재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업무상 저작물의 효과
위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회사가 처음부터 저작자가 된다. 즉, 회사가 저작재산권뿐 아니라 저작인격권까지 보유하게 되므로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수정·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업무상 저작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창작자인 직원이나 외주자가 저작자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회사가 투자와 기획을 했더라도 저작권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업무상 저작물은 회사 명의로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다. 다만 국가별 실무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비교적 간단한 편이지만 미국이나 중국은 계약서·동의서·업무 관계 자료 등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은 다음에 자세히 다루겠다.
회사와 직원이 꼭 확인해야 할 체크 포인트
업무상 저작물 분쟁은 대부분 처음부터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창작 초기 단계에서 계약과 기록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 회사가 체크할 사항
· 계약서·취업규칙에 저작자 지위 및 저작권 귀속 조항 명시
· 회사 주도 기획이라는 점을 기록으로 남기기
· 공표 시 회사 명의 표시 및 크레디트 관리
· 외주·프리랜서 계약 시 별도 저작권 조항 작성
· 고용관계의 외관 확보
· 누가 언제 무엇을 만들었는지 창작 과정 기록(특히 2명 이상의 직원이 공동 작업 시 기여 관계 정리)
· 퇴직 시 명확한 인계 절차(작업 결과물·중간 산출물 인계, 저작물의 회사 귀속 명확히 규정, 퇴직 후 직원의 저작물 개작(2차적 저작물 작성 포함) 금지, 저작권 등록 협조 등)
· 신속한 저작권 등록
· AI 활용 창작물에 대한 내부 기준 마련
· 미공개 프로젝트의 영업비밀 관리
2. 직원이 체크할 사항
· 업무상 저작물은 단순한 법률 이론이 아니라 콘텐츠 기업의 권리 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문제다. 초기에는 작은 차이처럼 보여도, 작품이 성공하고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그 영향은 훨씬 커질 수 있다.
· 계약서와 취업규칙 내용 확인
· 자신의 업무 범위 명확히 하기
· 프리랜서인지 직원인지 법적 지위 확인
· 개인 창작과 회사 프로젝트 구분하기(개인 창작 시 회사 노트북, 이메일, 데이터 사용 금지, 개인 창작물 별도 관리 등)
· 공동창작 여부와 기여 관계 기록하기
· 포트폴리오 사용 가능 여부 확인
· 퇴사 후 활용 가능한 범위 점검
· 창작 과정과 수정 이력 보관
최성우
· 특허법인 우인 대표 변리사
· 한국상표·디자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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