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가게 황호춘 대표, 만화는 늙지 않아요 레전드 IP의 힘이죠

Interview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5-05-14 08:00:50

김형배, 배금택, 고행석 등 레전드로 꼽히는 원로 만화가들 작품의 IP 사업을 대행하는 마나가게가 굿즈 사업을 한층 강화한다. 황호춘 대표는 출판에 집중했던 품목군을 생활용품, F&B, 패션 분야로 확대해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수익 다각화도 꾀한다는 전략이다. “만화는 늙지 않아요. 세대가 바뀌어도 우리 곁에 은은하게 남아 있어요. 레전드 IP가 갖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죠.”

 

 

어떤 작가들의 IP 사업을 맡고 있나?

현재 공식적으로 소속된 작가는 10여 명 정도다. 로보트태권브이 시리즈의 김형배·차성진, 열네 살 영심이의 배금택, 야수라 불리운 사나이의 장태산, 작고하신 로보트킹의 고유성, 전설의 야구왕의 고행석, 서울손자병법의 한희작 등이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다른 선배님들도 자주 찾아뵙고 이것저것 심부름도 한다. 그런 분들까지 합하면 한 30여 명쯤 될 거다. 작품 수로 따지면 아마 1,000여 점은 되지 않을까?

 

 

언제부터 에이전트 일을 시작했나?

어릴 때 동네 신작로 한구석에 나이 많은 어르신이 하는 만화방이 있었다. 냄새도 퀴퀴하고 비좁아 터졌는데도 거기서 쭈그리고 앉아 만화 보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어느 날은 주인 어르신이 주무시던 틈을 타 너무나 갖고 싶던 만화를 훔쳐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난 적도 있었다. 허영만 선생의 무당거미란 만화였는데 큰 감명을 줬다.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정도로 만화가 좋았다. 그런데 커서 만화가를 해보려고 하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도통 실력이 늘지 않는 느낌이었다. 내가 실력이 없는 건지,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웃음) 그러다 1995년에 친한 작가와 같이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걔가 1등을 차지한 걸 보고 ‘더 이상 난 안 되겠다’싶어 그때부터 에이전트로 방향을 틀었다. 1999년에 출판사를 차려 만화책을 출간한 게 시작이었다.

 

 

굿즈 사업을 확장하는 배경은?

지금까지 주력 사업은 만화책 출판이었다. 여기에 포스터나 엽서 같은 지제류도 발매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작가들의 수익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사실 원로 작가들에 대한 대우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창 크고 있다는 웹툰의 뿌리가 만화 아닌가. 그런데 이들에 대한 예우나 처우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정부가 해줘야 하는데 못 하니 나라도 조그마한 밀알이 되어보자는 마음으로 시도해 보는 거다.

 


사업 전략이 궁금하다

굿즈 사업에 집중해 어떤 목표치를 달성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이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능하니 품목군을 늘려 수익원을 다각화해 보겠다는 생각이다. 책은 책대로 계속 낼 예정이다. 여기에 상품의 가짓수를 늘리려고 한다. 소속 작가들의 IP뿐 아니라 외부 IP와도 손잡겠다. 관심 있는 만화 작가라면 어느 누구의 IP라도 활용해 굿즈를 만들어 유통해 보려고 한다. 최근 구로에 빈티지 굿즈를 파는 레트로 밸리를 열었다. 이곳은 팝업스토어는 물론 전시, 공연 등 팬덤과 소통하는 이벤트를 펼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를 적극 활용해 만화와 관련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겠다. 여러 분야와 협업해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보여주겠다.

 

 

어떤 상품을 준비하고 있나?

일단 의류 상품을 선보이려고 한다. 영심이, 태권브이, 마루치 아라치같이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레전드 작품의 그림을 활용하겠다. 피규어 같은 장식용 소품보다 생활용품, F&B, 패션 등 일상에 필요하고 반복적으로 소비가 일어나는 품목에 집중해 자체적으로 보유한 온·오프라인 채널에 유통하겠다. 작가 친필 사인회같이 이슈가 될 만한 이벤트 프로모션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포부는?

내 마음에, 내 삶에 자극을 준 작품을 더 많은 사람이 보게 하고, 원로 작가들이 회자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화책 출판을 시작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건 만화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이런 내 마음처럼 후세도 우리의 만화를 좋아하고 사랑했으면 한다. 만화를 즐기는 문화와 저변이 지금보다 더 넓어지면 좋겠다. 그래서 한국 만화가 K-컬처의 한 축이 돼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면 원이 없겠다. 그런 바람이 이뤄지게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보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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