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의 진품명품 34] 명품 리폼이 상표법 위반이라고?

Column

김종면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5-02-14 11:00:50

구매한 명품 가방을 리폼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게 문제가 될까?


명품 브랜드 기업은 자사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샤넬 노래방이나 버버리 노래주점처럼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에 자사 브랜드를 사용할 경우 부정경쟁행위로 소송을 제기해 무단 사용을 저지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나이키와 샤넬이 자사 상품을 구매한 뒤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약관에 추가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불공정 약관으로 보고 “소비자들의 온라인 명품 선호 및 리셀 시장 활성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브랜드 보호 또는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리폼 사용을 막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산 가방을 내가 수선하거나 리폼해 사용하는 것을 이들 기업이 막을 순 없다. 상표법에 근거해 일단 제품이 판매되고 나면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상표권이 소진된다고 보기 때문에 구매자가 리폼해 사용하는 걸 기업이 관여하거나 금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구매자가 아니라 리폼업체가 명품 가방 등을 리폼해주는 행위는 구매자가 직접 리폼해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봐야 한다.


지난달 선고한 특허법원의 판례는 리폼업체의 명품 리폼 행위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해당 판례는 2023년 10월 12일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선고한 2022가합513476 상표권침해금지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다. 아래에서 판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건의 개요
원고인 L사는 아래 두 등록상표에 대한 상표권자다. 

 

   ▲ 상표등록 제330235호(좌)  상표등록 제109060호(우)

피고 D는 가방, 지갑 등의 수선 및 제작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소유자들의 주문에 따라 일정 대가를 받고 가방과 지갑을 리폼해 인도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피고의 상표권 침해를 인정했다. 이에 피고가 항소해 특허법원에서 상표권 침해에 대한 다툼이 다시 벌어졌지만 특허법원 역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특허법원의 판결에서 주요 쟁점이 된 사항은 아래와 같다.


주요 쟁점 사항
가. 리폼 후 제품의 상품성
상표법 제89조는 “상표권자는 지정 상품에 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표의 사용이라 함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상품은 그 자체가 교환 가치를 갖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을 의미한다. 상표권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상표의 사용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상품은 독립 거래의 대상이 돼야 한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리폼한 제품이 그 자체가 교환 가치를 갖고 있으며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으로서 상표법 제2조 소정의 상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나. 상표를 사용했는지 여부
리폼 제품의 경우 리폼업자가 따로 상표를 표시하거나 부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피고의 리폼 제품이 과연 원고의 상표를 사용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법원은 “기존의 상품을 활용해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면서 상표를 새로 제작해 부착하는 대신 기존 상품의 상표 부분을 새로운 상품에 그대로 사용할 경우(예: 원단에 상표가 표시돼 있는 기존 가방을 원자재로 활용해 새로운 가방을 생산하면서 기존 가방의 상표 부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기존의 상표가 새로운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이상, 위와 같은 행위는 상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 상표권 소진 여부
상표권자가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판매 등을 통해 양도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상품의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이므로 소진된다. 따라서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에 대해선 소멸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원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생산 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상표권자 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리폼 전 제품에 표시된 이 사건 상표들의 상표권이 소진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리폼 제품은 여러 과정을 거쳐 리폼 전 제품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행위이고 개수, 크기, 용적, 모양, 형태, 기능 등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 등을 볼 때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을 통해 실질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생산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상표권 침해를 인정했다.

 

 

김종면
·위고페어 대표(AI 기반 온라인 위조 상품 모니터링 플랫폼 위고페어 운영사)
·이메일: kjm4good@gmail.com

[ⓒ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