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현송 캐릭터 디자이너, 아이디어를 던져 새로운 영감을 주는 게 내 역할

Interview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5-11-06 08:00:21

<인사이드 아웃 2> 제작진에게 메일이 날아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만든 메기 강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픽사스튜디오도, 봉준호 감독도 그를 찾았다. 제27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베일을 벗은 허평강 감독의 장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의 엔딩 크레디트에도 그의 이름이 있다. 손끝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길래 여기저기에서 위현송 캐릭터 디자이너를 수소문하는 걸까.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시너지 미디어를 시작으로 로커스, 투바앤, 모팩스튜디오, 밀리언볼트를 거치면서 12년째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2023년부터 모교인 청강문화산업대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현재 봉준호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제작도 돕고 있다.

 

 

메기 강 감독과 인연이 깊었나?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 건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처음이다. 옛날에 어느 감독님의 작품 제작을 돕다가 처음 만났다. 강 감독님이 그 감독님의 친구였는데 중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 메기 강 감독님의 배우자가 만드는 애니메이션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멀리 계시니 가끔 SNS로 안부나 나누는 정도였다. 그러다 2022년 1월쯤에 케데헌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주면 어떠냐는 연락을 받았다.

 

본인에게 뭘 주문하던가?

당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이미지는 어느 정도 잡혀 있어서 뭘 맡기실까 궁금했는데 귀마와 데몬 캐릭터의 느낌을 좀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기존 작품에 등장하는 데몬 캐릭터와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귀마를 처음 그렸을 땐 사람에 가까웠는데 나중에 보니 화염의 형태로 바뀌었더라. 제작 과정에서 스토리나 콘셉트에 따라 그림이 바뀌는 건 예사라서 아쉬움 같은 건 없다. 콘셉트 아트를 맡은 나로선 아이디어를 제시할 뿐이다. 나머지는 스튜디오 내부 디자이너들이 다듬고 발전시켜 완성한다.

 

 

인사이드 아웃 2에도 참여했던데?

2021년 여름에 픽사로부터 메일이 왔다. 그때는 인사이드 아웃 2라는 말은 없었고 그저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 중인데 참여할 생각이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픽사 작품이니 당연히 응했다. 그러고 나서 한두 달 정도 콘셉트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처음에 어떤 감정을 하나 제시하면서 이에 대한 스케치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 나중에 8가지 감정을 형상화해 보여줬는데 그중 4가지를 내가 맡았다. 재작년에도 픽사가 만드는 가토란 작품에 참여한 적이 있다. 루카의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연출했는데 내년 개봉 예정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의 화풍은 전작들과 다른 스타일 아닌가?

주로 CG나 북미 시장 타깃 작품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렸다. 근데 이 작품은 그런 스타일과 많이 달라서 처음엔 좀 낯설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먼저 접해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고 작품 콘셉트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나서 흥미가 생겼다. 감독님도 꼭 잘생기고 멋있고 예쁜 느낌이 아니어도 좋다고 하셔서 부담 없이 작업했던 것 같다.(웃음) 2D 애니메이션이라 캐릭터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초기 디자인을 잡아나갔다.

 

해외 스튜디오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이유가 뭘까?

해외 아티스트들은 어떤 스타일을 원할까, 그럼 난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난 초반에 아이디어를 던지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는 역할에 집중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해외 스튜디오는 오디션 무대와 같다고 느낀다. 내가 빛날 수 있는 곳이 어딘지 찾아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런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는 게 아닐까.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무엇에 집중하는가?

사람들이 그저 내 캐릭터를 딱 보고 많이 웃으면 좋겠다. 사악한 캐릭터라도 웃음이 새 나오거나 뭔가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제작진이나 관객에게 뭔가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내겐 가장 중요하다. 참신하고 생동감도 있어야 한다. 어떤 서사가 있을지 궁금해지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를 그리려고 늘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바로 유머니까.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요즘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독립 작품에 심취하는 학생이 많은데 시야를 조금 넓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애니메이션을 대중과 호흡하는 콘텐츠의 한 장르라고 본다면 공감이란 특성을 무시할 수 없으니 보다 다양하게 경험하고 더 많이 느끼면서 성장해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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