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을 꼽는다면?둥지에 벌레 세 마리가 같이 누워있는 장면, 그리고 하나둘 나비가 되어 떠나가는 장면이다. 사실 <둥지벌레>는 이 두 장면을 보여주려고 만든 작품이다. 2D 디지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질감을 표현하려고 스톱모션 기법을 적용했다. 스톱모션 작품이라면 보통 세트장을 만드는데 그걸 혼자 다 만들 순 없어서 콜라주나 크로마키 기법을 적절히 활용했더니 입체감이 생겨 나름 만족스러웠다. 혼자서 빠르고 간단하게 만드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환승>, <꾸다>, <포자러브> 등 그간의 작품 전반에 역동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하던데 의도한 건 뭔가? 플롯은 단순하게 짜고 영상은 직관적으로 연출하는 편이다. 주로 감정의 이야기를 다루니 감정을 잘 설명할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간의 작품을 보면 감정과 감정이 연결되는 순간, 그리고 감정이 증폭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걸 가장 화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난 아름답고 화려한 이미지가 좋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은 좀 예뻐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한 컷 한 컷이 예쁘지 않으면 건성건성 만든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는 그림의 완성도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장면 하나하나 예쁘게 움직이는 일러스트레이션을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처음 본 사람들은 장면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연출 방식을 고집할 테다. 모두가 내 작품을 100% 이해할 필요는 없으니까. 난 각자의 해석이 있는 작품이 좋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인문계고를 다니다 특성화고로 옮겼다. 회화, 만화, 일러스트레이션 등 여러 분야가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움직이는 그림에 음악을 입혀 완성했을 때 성취감이 크다. 어릴 때 <핀과 제이크의 모험>을 가장 좋아했다. 그림이나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다. 그때부터 캐릭터의 움직임이 보였는데 그것에 꽂혔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사실 스트레스가 심하다. 기획하는 게 가장 싫다. 그런데 만드는 과정은 재미있다. 완성하고 나면 고민이 해결되는 기분이다. 작업을 끝내는 순간, 날 가득 채운 고민이 확 빠져나가면서 공허해지기도 한다. 중독일 수도 있다. 아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모두가 중독을 호소하지 않을까.(웃음) 만들고 난 후 시간이 좀 흘러 사람들에게 감상평을 들으면 즐겁다. 뭔가 편안하고 스스로 애썼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평소 조용한데 애니메이션을 통해 뭔가를 폭발시켜 보여준다. 관심을 갈구하는 걸 즐겨서 그런가.(웃음) 그래서 계속 만드는 게 아닐까.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건가?내 고민에 관한 거다. 해결되지 않은 고민. 딜레마일 수 있다.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주저하게 되는 순간들, 그런 딜레마에 빠져 갈팡질팡하는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하려고 한다. 고민이 많은데 이를 표현하는 방식을 다르게 보여주고 싶다. 난 계속 달라질 테다.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으니까. 뭔가 하나로 굳어지는 건 별로다. 개인적이면서도 쓸데없을 순 있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다. 서둘러 6개월에 한 편씩 만든다 해도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작품을 만들겠나. 원하는 만큼 만들 수 없어서 슬프다. 내겐 일기 같은 거니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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