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영상진흥원 최원혁 축제사업팀장, 역대 최다 관람객 비결? 야외 만화방 덕분 아닐까요

Interview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11-06 08:00:21



만화! 더 큰 만남을 슬로건으로 내건 제27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10월 사흘간의 여정을 마치고 내년을 기약했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13만 8,000여 명의 관람객이 축제장을 찾아 대성황을 이루며 큰 주목을 받았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최원혁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축제사업팀장은 “만화 축제란 본연의 색깔에 집중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만화를 즐길 수 있는 맞춤형 콘텐츠를 준비한 것이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최다 관람객을 불러모은 비결이 뭔가?

날씨가 좋기도 했지만 되도록 많은 관람객이 축제장을 찾을 수 있게 타깃을 나눈 프로그램을 기획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 올해는 일반 시민을 위한 야외 만화방, 팬들을 위한 작가와의 만남, 마니아를 위한 코스튬플레이 대회같이 저마다의 성향에 맞춰 즐길 만한 콘텐츠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덕분에 애니송 콘서트, 인디 아이돌 공연처럼 타깃층을 끌어모은 프로그램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매년 많은 작가님이 참여하는데 올해는 특히 더 큰 관심을 받았다. 프로그램에 참가할 작가 이름을 공개하자마자 관련 문의가 쏟아질 정도였으니까. 인기 작가님들의 팬덤 유입 효과도 한몫했다.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야외 만화방이었다. 야외에 그늘막과 벤치를 놓고 국산 작을 중심으로 만화책 3,500권을 비치했다. 푸드존도 조성해 자유롭게 만화책을 보는 휴게 공간을 만들었다. 야외에 돔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해 비코프(BICOF) 만화방이란 이름으로 작년에 처음 진행해봤는데 실내 만화방 같은 느낌이어서 올해는 규모를 확 키웠다. 사람들이 현장에 오자마자 만화 축제에 왔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었다. 만화 축제라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만화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처럼 만화와 작가를 보러 오는 축제의 장이라는 것을 현장에 오자마자 곧바로 알 수 있게 하려는 게 기획 의도였다. 사실 그간 축제의 시각적 효과를 높이려고 코스튬플레이 관련 행사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에는 만화를 이용해 시각적 효과를 키우고자 했다. 이런 취지가 관람객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 뿌듯하다. 야외 만화방은 11월 2일 부천시청 앞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코스튬플레이를 체험하는 코너도 있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증정하니 많은 참여 바란다.

 


프로그램 기획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젊은 실무진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해외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반응이 좋았던 애니송 콘서트도 직원들의 제안으로 기획한 코너였다. 예선 대회부터 참여율이 높았고 현장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만화를 여러 가지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년도 행사에서 드러난 아쉬운 점을 보완해 개선점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야외 만화방도 축제 본연의 색깔과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는 니즈에 대한 답을 찾던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였다.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부천국제만화축제란 타이틀에는 부천과 국제가 함께 들어 있다. 지역과 글로벌이 결합한 셈이다. 축제의 방향성을 놓고 매년 고민하는 이유다. 이제는 이에 대한 답을 내놓으려 한다. 30회가 다가올수록 방향이 더욱 구체화될 것이다.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를 눈여겨본다. 지방 소도시에서 책을 사고팔던 조그마한 축제가 세계인이 모여 서로 작품을 보여주고 감상하고 거래하는 글로벌 페스티벌로 발전했다. 우리도 지역과 국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보다 즐거움을 주는 축제란 기본에 충실하면서 세계인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며 규모와 위상이 커지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국제 행사로서의 위상을 높이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우선 콘텐츠다. 비용을 들이거나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 있으면 어떤 행사든 국제 행사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잘 알려지고 누구나 인정하는 콘텐츠가 있어야 비로소 국제행사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해도 아무거나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여주고 내년에도 꼭 와야겠다는 마음을 들게 하는 콘텐츠가 있어야 국제 행사로 도약할 수 있다. 그래야 국내에서도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아니라 한국국제만화축제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부천을 넘어 외지에서 오는 방문객이 70%에 이른다. 우리가 초청한 인사 외에 해외에서 오는 관람객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게 더 많이 늘어야 축제도 성장한다. 그러러면 관광이나 소비가 많이 일어나게끔 해야 하고, 외국인도 많이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축제 외에 즐길 수 있는 관광, 체험, 오락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