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풀어보는 캐릭터 저작권] 프로그램 저작물의 저작권자 판단과 관련한 사례, 이예희 변호사

Column

이예희 변호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3-06-08 11:00:25

사례
A사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다. 1990년 C기관의 연구원이었던 B는 영상 제작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연구에 참여했다.
B는 이 프로그램을 갖고 A사에 입사해 영상 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담당했다. B는 재직하는 동안 A사가 만드는 애니메이션 데이터를 추가하는 등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했고 퇴직 후에도 기술 자문 용역을 맡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현재 A사와 B 모두 최신 버전의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며, A사는 이 프로그램의 저작권등록을 마쳤다.
A사는 B가 입사하면서 프로그램을 회사에 양도했고 회사로부터 프로그램의 완성도 제고 및 개작 등 과업 수행의 위임 및 지원을 받아 최신 버전의 프로그램을 완성했으므로 이는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돼 저작권이 자사에 있고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는 “입사하기 전부터 30년간 프로그램 성능과 기능을 보강 및 개량했으므로 최신 버전의 프로그램은 새로운 저작물인 만큼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고 그 저작권자는 바로 자신”이라며 “A사가 자신의 허락 없이 최신 버전의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하고 저작권을 등록하는 바람에 저작권을 침해당했다”고 맞섰다.
A사와 B의 주장은 모두 타당할까?(위 사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20. 선고 2021가합515369(본소), 2021가합575736(반소) 판결의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각색한 것이다.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칼럼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해설
A사가 최신 버전 프로그램의 저작권자인지 여부
B가 만든 프로그램과 소스 코드는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해 정보처리 장치 내에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로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에 해당한다.
이를 개발한 건 B이므로 B가 입사할 때 프로그램을 회사에 양도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 저작재산권은 B에게 귀속된다.
법원은 B가 A사에 입사한 사실, 입사 당시 받은 연봉이 같은 나이대의 임직원 평균 연봉의 약 140%에 해당하는 사실이 인정되지만 이러한 것만으로 B가 입사 당시 프로그램을 회사에 양도했다고 추인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B가 입사 이후 업그레이드한 프로그램이 A사의 기획에 따라 회사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로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해 회사에 저작권이 귀속되는지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판례는 ‘법인 등의 기획’에 대해 법인 등이 일정한 의도에 기초해 저작물의 작성을 구상하고 구체적인 제작을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게 명하는 것을 말한다는 기준에 따라 A사가 일정한 의도에 기초해 프로그램의 완성도 제고 및 개작 등을 구상하고, B에게 구체적인 개작을 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업무상 저작물로 A사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아울러 B가 입사할 때 제공한 프로그램은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음에 따라 최신 버전 프로그램이 최초 프로그램과 독립된 창작물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A사의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할 순 없다. 사례의 판결에서는 아래와 같이 최신 버전 프로그램이 최초 프로그램의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사의 영업비밀이 침해되었는지 여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 방법, 판매 방법, 그 밖에 영업 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정보 보유자가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 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 1252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사례의 판결은 A사가 최신 버전 프로그램을 비밀로 관리했는지 여부에 대해 “최신 버전 프로그램의 출력물 표지에 ‘A사 사무실에서만 사용돼야 하며 B의 허락 없이 타사나 타인에게 양도돼선 안 된다’는 문구가 표시돼 있긴 하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A사가 프로그램에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 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만일 최신 버전 프로그램에 대해 1급 비밀 등 영업비밀임을 표시하고 보안 규정 등 영업비밀 관련 규정을 제정해 관리하거나 프로그램을 별도 서버와 저장장치 등에 보관하고 암호화하는 등 접근 제한 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영업비밀유출을 방지하는 기술적 조치와 보안 서약서, 보안 교육 등을 통해 내부 직원들을 관리했다면 비밀 관리성이 인정됐을 수도 있다.


최신 버전 프로그램이 최초 프로그램의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해선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 을 가해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해야 한다.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이란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해 컴퓨터 등 정보처리 능력을 지닌 장치 안에서 직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기능적 저작물은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 방법, 규격 또는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해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저작권법은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작물의 창작성이 있는 표현을 보호하므로 기술 구성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 표현에 대해 동일한 기능을 달리 표현했다는 사정만으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고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판결에서는 최초 프로그램과 최신 버전 프로그램의 구조 및 구성 또는 각종 기능이 수정·증감된 부분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점, 제작 설계에 사용되는 각종 계산 방법에 관한 부분은 표현이 아닌 아이디어에 해당하고 정형화된 계산 방법은 표현 방법에 한계가 있어 보편적이거나 전형적인 방법으로 표현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점, B 스스로도 최신 버전 프로그램이 최초 프로그램과 기본 원리 및 기능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따라서 B가 최신 버전 프로그램의 저작권가 아닌 이상 A사가 이 프로그램의 저작권자가 아니라고 해도 침해 금지를 청구할 순 없다.

물론 프로그램 저작물이라고 해도 창작성이 있는 표현이 부가될 가능성이 있으나 위 판결에서는 표현의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만일 최초 프로그램과 비교해 최신 버전 프로그램에서 영상 기능을 구현하는 과정에 창작성이 있는 표현이 부가되고 부가된 창작성 있는 표현이 B가 스스로 부가한 부분임이 입증됐다면 최신 버전 프로그램은 최초 프로그램과 별도의 2차적 저작물로 인정됐을 수 있다(위 사례에서 B는 최신 버전 프로그램의 저작권자로서 A사에 대한 침해 금지 청구를 하기 위해 최신 버전 프로그램이 최초 프로그램의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논거를 제시했을 뿐, 최신 버전 프로그램의 저작권자로서 A사에 대한 침해 금지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초 프로그램은 B가 C기관의 연구원으로서 개발한 것이므로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예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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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캐릭터 / 이예희 변호사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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