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단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11-27 15:00:09
사례
원고는 F 곰 캐릭터와 이를 변형한 2차적 저작물인 L 캐릭터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피고들은 원고의 허락없이 이 캐릭터를 복제한 후 휴대폰 케이스에 사용하고 판매해 저작권 침해 혐의로 피소됐다. 하지만 형사 사건에서는 혐의 없음으로 결정났고 민사 소송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아 피고들은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이 사건은 저작권자가 캐릭터 사업을 운영할 때 꼭 알아야 할 법적 리스크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특히 형사 사건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민사 소송에서 손해배상이 인정된 점이 인상적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법적 쟁점 그리고 유사한 판례를 바탕으로 저작권자가 사업을 운영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설명한다(이 글은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11. 10. 선고 2022가단228753 판결 내용을 독자 이해를 위해 각색한 것이다).
법적 쟁점
1.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의 차이
이번 사건은 형사 사건에서 저작권 침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후 선고된 민사 소송에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 특이한 경우다. 형사 절차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고의로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민사 재판에서는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침해도 인정되므로 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고의성보다는 저작물과 침해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과 저작물에 대한 접근성이 중점적으로 고려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4. 10. 선고 2014가합531325 판결에서도 저작권법 위반죄 형사 고소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를 받은 상태에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됐다. 즉 형사 사건은 고의성 및 증거의 충분성이 인정돼야 유죄가 성립하지만, 고의가 아니라 과실로도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고 증거 능력이나 증명력도 민사와 형사는 다를 수 있으므로 형사 고소에서 무혐의가 된 경우라도 양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과 의거성이 인정된다면 민사에서는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2. 저작물의 창작성
법원은 원고가 창작한 곰 캐릭터 L이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창작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 요소가 추가돼야 한다.
피고들은 원고의 저작물이 기존 곰 캐릭터와 유사해 창작성이 없거나 자신들의 캐릭터 제품은 원고의 F 캐릭터와 다르고, L 캐릭터와 유사한 자신들의 제품 이미지는 원고 캐릭터를 모방하지 않고 자체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 L 캐릭터의 저작물성을 인정하고 피고들 캐릭터 제품과의 실질적인 유사성을 근거로 침해를 인정했다.
법원은 동물 캐릭터의 경우 어느정도 유사할 수 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원고가 창작한 동물 캐릭터인 F 캐릭터 및 2차적 저작물인 L 캐릭터 표현 부분의 독창성을 인정했고 피고들의 캐릭터 제품은 F 캐릭터와 이미지의 유사성은 다르지만 원고의 2차적 저작물인 L 캐릭터의 글씨체와 위치, 곰의 얼굴 우측 테두리의 굴곡 마저 사실상 동일하다는 이유로 의거성 및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했다.
판례는 대비 대상물이 기존 저작물에 의거해 작성됐다는 사실이 직접 인정되지 않더라도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 가능성, 대비 대상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되면 대비 대상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해 작성됐다는 점이 사실상 추정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고 있다.
3. 손해배상액 산정
원고는 저작권법 제125조의 2 제1항에 따른 법정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면서 3,000만 원을 일부 청구했다. 하지만 손해액 추정 조항인 법정 손해배상은 저작물이 법정 등록된 경우에만 적용되는데 원고의 저작물은 침해 행위 발생 전에 저작물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라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피고들이 침해 제품으로 얻은 이익액이 저작권자의 손해액으로 추정되지만(저작권법 125조 1항), 소송 도중 입증된 피고들의 이익액은 9만 5,320원에 불과했고 이 금액은 침해 제품의 생산 수량이 판매됐을 경우의 원고 손해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어서 손해액 추정액으로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는 통상 이런 유형의 권리행사로 받을 수 있는 사용료 상당액을 주장했으나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역시 채택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각 추정 규정 등에 의해 손해액 산정이 어려우면 변론 전체의 취지 및 증거 조사의 결과를 참작해 직권 또는 당사자 신청으로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한 손해액은 원고가 청구한 금액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30만 원에 불과했다. 이유는 침해 제품의 판매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한 점, 침해 경위, 유통 규모와 정도, 침해 방법, 피고들의 이익액이 소액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시사점 및 저작권자가 유의할 사항
이번 판결은 캐릭터 저작권자로서 사업을 운영할 때 유의해야 할 중요한 법적 리스크를 보여준다. 저작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1. 저작물 등록의 중요성
저작권 등록 없이도 법적 보호는 가능하지만 저작권 등록을 하면 법정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지며(저작물마다 영리 목적 고의 권리 침해는 5,000만 원, 아닌 경우에는 1,000만 원),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강력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저작물 침해 사건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한다.
2.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자료 관리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침해 행위와 관련된 구체적인 자료를 철저히관리해야 한다. 계약 내역 등을 꼼꼼히 기록해 법적 대응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기존에 유사한 제품에 저작물 이용을 허락한 계약상 사용료 조건이 있었다면 손해액 산정의 유리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결론
이번 판결은 캐릭터 저작권 침해가 형사와 민사 소송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물 보호를 위해 사전등록, 계약 관리,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자료 관리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저작권 침해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사업 운영 중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 법률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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