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강의 웹툰 이야기 32] 2024년 웹툰산업의 주요 과제와 목표-1

Column

서범강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02-23 08:00:30

지금까지 우리가 놓쳐선 안 될 것들을 짚어봤다면, 이제는 올해부터 반드시 실행하고 달성해야 할 주요 과제와 목표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는 실행 가능한 단·중·장기 과제와 목표를 통해 지속 성장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 환경을 구축하고 글로벌 산업으로 확장, 시장을 선도해 안정적인 기반을 다져야 하는 중요한 지점에 놓여 있음을 명심하자.
 

특히 웹툰산업은 태동부터 지금까지 파인애플 현상이란 특이성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 방안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마련해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확실하고 견고한 위치를 다지게 될 것이다.


파인애플 현상은 열대 과일인 파인애플(pineapple)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파이다’란 동사와 사과를 합쳐 파인 사과, 즉 윗부분과 밑부분을 남기고 가운데 테두리가 깊게 파인 상태의 사과를 의미한다. 이러한 형태는 굉장히 불안정한데 윗부분과 밑부분을 연결하고 받쳐주는 중심 구조가 취약해지면서 부러지는 것을 파인애플 데미지라고 한다.


이처럼 어떠한 산업의 구조나 환경이 단기간에 형성되다 보면 산업을 구성하는 대상과 시장을 구성하는 요소의 상·하위 구조 격차가 심해지고 중간 구조가 미처 충분히 갖춰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2024년 웹툰산업의 주요 과제와 핵심 목표는 이 중간 구조를 넓고 견고하게 다져 다음과 같이 질적, 양적인 측면에서 풍성하게 만들고 평균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고수익과 저수익 사이의 중간을 차지하는 시장 구조를 넓혀 평균 수익의 안정성 확보
·성공 아니면 실패로 나뉘는 구조를 막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고른 기회를 얻도록 가능성 확보

·장르 및 서비스 방식에서 다양성과 전문성을 지닌 중소 플랫폼 육성과 장려를 통한 무대 확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실험과 시도를 통해 창작 활동에 친화적이고 신뢰성을 갖춘 중소기업 확보

·창작자, 웹툰 PD, 전문 번역가 등의 교육과 육성을 통해 중간 수준 이상의 실력을 지닌 인재 확보


1. 다양성 활성화의 실현

가. 다양성 장르, 비활성 장르
우선 다양성 장르와 비활성 장르를 혼용해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둘은 확실히 다르다. 다양성 장르는 SF, 공포, 추리, 스포츠, 역사, 액션 등 흥행 여부나 트렌드와 관계없이 말 그대로 전체적인 장르 자체를 의미해 특정 장르에 편중되는 현상을 해소하고 모든 장르를 골고루 다양하게 제작해야 할 필요성을 말한다.


비활성 장르는 활성·흥행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활성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장르를 말한다. 크게는 다양성 장르에 포함되지만 흥행 여부나 트렌드의 영향에 따라 제작이 활발하지 못하거나 그 여부와 관계없이 작품 자체로 존재의 의미나 메시지 전달 등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제작하는 장르의 작품을 말한다. 특징이 있다면 때때로 활성·흥행 장르였던 게 비활성화되기도 하고 비활성화 장르였던 게 활성화되거나 흥행하기도 한다.


따라서 다양성 장르는 시기나 상태와 관계없이 구분이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비활성 장르는 시기와 상태에 따라 대상의 구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파인애플 현상을 해소하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일시적인 성과에만 집중하거나 편향되지 않도록 모든 장르에 대해 균형적인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나. 오리지널 창작 IP

모든 콘텐츠가 그렇듯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드는 콘텐츠는 그 자체가 원작이 되는 오리지널 창작물이 돼야 IP로서 가치와 경쟁력을 지닌다. 물론 산업의 수용성과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외부의 좋은 원작을 바탕으로 웹툰이 만들어지는 여러 케이스를 발굴해 가능성을 넓히고 독자를 위한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도 괜찮다.


마찬가지로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공연 등이 다채롭게 만들어져 긍정의 효과를 생성하듯 웹툰 또한 원작의 가능성을 지닌 외부 IP를 일부러 걸러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좋은 기획과 이야기, 완성도가 바탕이 된 오리지널 창작 IP의 비중이 높을수록 산업이 지닌 경쟁력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웹툰은 이야기와 그림의 조화로운 결합과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연출해 전달하는 효과로 OSMU의 근간이 되는 대표적인 콘텐츠로 인정받아왔다.
 

그 결과 다른 분야의 콘텐츠나 2차 사업으로 확장되는 최적의 조건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한 웹툰의 장점과 특성을 잘 살려 다른 분야의 좋은 토양이 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다. 다양성 플랫폼

다양성 장르와 비활성 장르, 오리지널 창작 IP의 확장성을 언급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저 이에 해당하는 작품을 많이 만든다고 해서 파인애플 현상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웹툰이 구조적으로 독자에게 노출되거나 도달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라는 환경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때 작품을 수용하는 플랫폼과의 매칭이 얼마나 조화롭게 형성되는가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웹툰 플랫폼은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목적에 따라 수용하려는 작품에 대한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목적에 따라 독자 성향과 구성 비율도 달라지는데 이는 작품의 선택 여부와 흥행 지수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장르와 비활성 장르, 오리지널 창작 IP 등이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독자들과 자연스러운 교감을 끌어내려면 해당 장르나 IP에 특화된 다양한 웹툰 플랫폼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때 기존 웹툰 플랫폼이 갑자기 목적이나 성향을 바꾸기는 불가능하며 규모 있는 대형 웹툰 플랫폼이 의도적으로 한 가지 목적과 성향에만 집중하기도 여의치 않다. 결국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장르에 특화되거나 전문성을 지닌 다양한 중소 플랫폼이 파인애플의 중간 지점에 안정적으로 구성되도록 시장 구조를 확장해야 한다.


다양한 작품이 다양한 플랫폼을 거쳐 고른 기회를 얻고 평균 수익의 기준점을 높이며 안정화를 확보하는 환경에 도달하는 2024년이 되길 희망한다.


 


서범강
·(사)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아이나무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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