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5-10-28 08:00:21
모두가 달을 원하는 마을. 어른들의 욕심으로 하늘에서 떨어진 달을 어린 소년이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에 돌려 놓는다. 대체 달이 뭐길래. “어린아이일 수도, 어른들이 어릴 적 갖고 놀았던 장난감이나 이루지 못한 꿈일 수도 있어요. 달은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이에요. 전 유년기의 순수하고 밝은 마음과 아름다운 추억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믿어요.”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취업 준비생이다. 인터뷰가 나갈 때쯤이면 회사에 다니고 있을 수도 있다.(웃음) 작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프리랜서로 외주 작업을 하면서 개인 작품도 만들고 있다.
데뷔작 <미씽문>은 어떤 이야기인가?
고등학생 시절에 기획한 이야기다. 당시에는 아이들이 이야기의 주체였다. 각박한 세상을 아이들이 다시 밝게 이끌어 준다는 내용이었는데 커서 생각해 보니 다음 세대를 위해 길을 열어주는 것도 어른 입장에서는 많은 걸 포기하고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어른과 아이가 세상을 살아갈 때 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달은 동심이나 장난감, 유년 시절의 추억 등 아이를 상징하는 집합체로,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근원이다. 달이 떨어지면 세상은 어두워진다. 소년은 어른들의 욕심에 떨어진 달을 다시 띄우려고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한다. 그런 소년의 뒤를 어른들이 쫓는다. 아이였던 시절을 떠나지 못하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소년이 마침내 달을 제자리에 올려두고 땅으로 추락할 때, 어른들이 다리를 붙잡아 소년을 구하는 장면은 다음 세대를 위해 욕심을 버리고 용기를 낸다는 의미를 상징한다.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였나?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창작하는 게 좋아서 그랬는지 꾸준히 그렸다. 그래서 원래는 만화나 일러스트 쪽으로 배워볼까 했는데 입시 준비할 때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애니메이션으로 바꿨다. 첫 수업 때 애니메이션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정말 멋져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나. 만화를 고집했던 건 그림에 내 이야기를 넣는 게 좋아서였는데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나니 시야가 확 넓어졌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만드는 과정은 대체적으로 재미있다. 그런데 시작하는 게 가장 어렵다.(웃음) 시작에 이르는 과정이 힘든데 막상 작업에 들어가면 슬슬 재미를 느낀다. 특히 공상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가장 즐겁다. 기획하는 건 재미있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고 가능성이 가장 많을 때니까. 작품을 완성했을 때는 천직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거 아니면 뭐 해 먹고 살까란 생각이 들 만큼. 남기고 싶은 작품이 정말 많다. 그림 외에 다양한 일을 해봤는데 결국 애니메이션 쪽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 그래서 난 여기에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작업할 때 힘든 만큼 끝내고 나서의 기쁨도 크다. 3∼4명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데 팀원들과 같이 작업하는 게 좋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상영관에서 완성작을 보는 게 즐겁다.
준비 중인 차기작 있나?
두어 작품을 준비 중이다. 하나는 기존 음원에 애니메이션을 얹은 뮤직비디오다. 판타지 장르 작품도 하나 구상하고 있다. 내겐 단편이 딱 맞다. 짧은 시간에 몰입감을 높여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나와 어울린다. 조금씩 커가고 살아가면서 배우고 느끼는 감정들이 있다. 그런 면에서 미씽문은 어른과 아이의 갈등을 표현한 내 첫 번째 이야기다. 앞으로 내가 경험한 느낌이나 깨달음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 미씽문을 만들면서 눈물이 났던 대목이 있는데 마침 관객도 같은 지점에서 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 정말 뿌듯했다. 내가 의도한 감정을 관객도 같이 느끼는 그런 작품을 계속 만들어보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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