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열전] 뉴미디어에서는 공감 포인트와 트렌드 파악이 중요하죠, 심재곤 샌드박스네트워크 애니메이션 기획제작팀장

Interview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3-11-15 08:00:26

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초등학생 때 학원에서 판촉물로 나눠주던 노트에 항상 만화를 그렸다. 그림을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걸 좋아했는데 그림보다는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을 즐겼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뉴미디어 플랫폼이 나와 잘 맞는다고 느낀다. 2019년부터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유튜브 채널 총몇명의 애니메이터로 일을 시작해 현재 애니메이션 총괄 PD를 맡고 있다.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오리지널 기획물이었던 ‘으스스’란 시리즈다. 5분 분량의 에피소드 12편을 지난해 9월부터 석 달간 유튜브에 공개했다. 총몇명에 나온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담력을 테스트하러 병원에 간 중학생의 탈출 스토리를 그렸는데 자체적으로 기획·개발한 IP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오픈한 게 아니라 우리 PD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만든 자체 기획 콘텐츠라 더 애착이 간다. 현재 에피소드 조회 수가 70여 만 회 나왔고 첫 번째 쇼츠 영상도 350만 회를 넘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작품을 만들면서 뿌듯했던 순간, 그리고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총몇명 채널이 성장한 걸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처음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을 당시 1인 크리에이터 채널에서 지금은 구성원이 25명이 넘고 매주 2∼3편의 영상을 내놓을 수 있는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초창기 시절 내 손으로 제작 프로세스를 하나둘 만들어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 가슴이 벅차다. 이 정도의 규모와 체계를 갖춘 채널은 흔치 않다. 제작 전반을 관리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역할을 맡다 보니 크리에이터와 작품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많은데,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찾는 기획자의 관점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강조하려는 크리에이터의 관점이 상충될 때 어려움과 아쉬움을 느끼지만 서로 소통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뭔가?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걸 시청자들도 재미있게 봐줄 때다. 내 이야기에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반응을 보이면 무척 기쁘다. 유튜브에서는 시청자의 반응을 빠르게 알 수 있어 내 감각이 시장에 먹히는지 확인하는 게 정말 짜릿하다. 내가 재미있는 것보다 타깃에 맞는 걸 내놓고 검증하는 데 큰 재미를 느낀다. 타깃별로 좋아하는 요소나 성공 사례를 데이터화해 콘텐츠를 기획할 때 활용한다. 유튜브 채널 트렌드는 알 수 없다고 말하곤 하는데, 이러한 데이터를 보면 어느 정도는 흐름이 분명 있다.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를 토대로 트렌드를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감각으로만 접근하면 콘텐츠가 왜 실패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자신의 감각이 무뎌진 게 아닌지 잘못 생각할 수도 있기에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뉴미디어 채널의 애니메이션은 어떤 특징이 있나?

트렌드 변화가 빠르다. 시청자와 제작자가 쌍방향으로 얘기하니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는 게 필요하다. 아주 깊은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특정 소재로 시청자와 공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좋다. 유튜브에서는 이어지는 이야기보다 옴니버스 형태의 이야기가 많지 않은가. 그러니 시청자의 공감 포인트와 트렌드 파악이 중요하다.

 

요즘 애니메이션업계를 바라보는 생각이 궁금하다

뉴미디어에 애니메이션이 더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 기존 문법과 다른 시장이어서 새로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확장성도 크다. 유·아동이 아니라 18∼24세 타깃에도 애니메이션이 재미있는 장르의 콘텐츠라는 걸 알리고 있는 게 바로 뉴미디어다. 애니메이션은 성인에게도 매력적인 콘텐츠란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실사 영상처럼 크리에이터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어떤 캐릭터,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보여줄 수 있는 게 무한하며 상상 그 이상이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나?

세계인이 공감하는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우리에게 영미권의 밈 영상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만큼 해외 콘텐츠에 익숙해지고 콘텐츠를 즐기는 감각도 해외와 비슷해지고 있다. 시장의 파이가 크니 국내외 트렌드를 면밀히 살펴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로 도전장을 내보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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