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3-12-07 08:00:17
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선우앤컴퍼니에서 제작을 총괄하는 14년 차 PD다. 대학생 때 영상 제작 창작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할 정도로 콘텐츠 연출·제작에 관심과 열정이 높았다. 상업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기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영상 제작을 배워 경험을 쌓아 PD가 됐다. 2015년까지 VFX 회사에 있었는데 그때 CGI로 영상을 만든 게 큰 경험이 돼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2017년 선우앤컴퍼니로 옮겨 오로지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지만 직업이 될 줄은 몰랐다.(웃음)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애착이 없는 작품이 있을까. 그럼에도 하나를 꼽으라면 올 하반기부터 KBS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 중인 슈퍼트론이다. 작품 기획부터 제작, 완구 기획, 마케팅 기획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행했기에 애착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남아 액션물이란 장르 특성과 리얼 공룡과의 교감, 메카닉과의 합체, 흥미진진한 대결 신, 정의로운 마음으로 악당을 물리치는 주인공 강찬의 역할이 잘 드러나, 만들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많았다. 프로듀싱 작업에 처음 참여했던 국내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토비와 테리도 있다. 제작진과 함께 고생하며 만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90개국에서 동시 공개됐을 때 그간의 고생이 보람으로 바뀌더라.(웃음)
작품을 만들면서 뿌듯했던 순간, 그리고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대부분의 제작자가 그렇겠지만 시청자가 재미있다며 공감하고 다시 찾아주고 후속작을 기대할 때 기분이 가장 좋다. 2021년에 방영을 시작한 반짝반짝 달님이를 아이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보고, 부모님들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을 때 정말 뿌듯했다. 하지만 매번 빠듯한 제작 스케줄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더 잘 만들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는 스케줄이 넉넉하다 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이 워낙 많지 않은가. 또 작품을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서 여유가 없다. 한 공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공정이 줄줄이 밀리기 일쑤다. 언제나 양질의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더 큰 것 같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뭔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애정, 그리고 시청자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주려는 책임감이다. 한 작품을 끝냈을 때 맛보는 보람, 시간이 흘러도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항상 힘이 된다. 몇 년이 지나도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극 중 장면이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처럼 애니메이션을 향한 관심이 큰 동력이 아닐까 싶다.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매력적인 일이다.
요즘 애니메이션업계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생각은?
젊은 친구들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들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콘텐츠를 외면하는 건 아닌데 현실의 벽 앞에서 제작자가 아니라 소비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애니메이션이 좋지만 돈을 많이 벌려면 게임 회사에 들어가거나 다른 직종을 선택하고 싶다”란 말을 종종 듣는데 마음이 무겁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잘 따라오게 하려면 기성세대가 새로운 도전에 과감히 나서는 모습이 필요하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다면?
슈퍼트론을 만들 때 여러 새로운 시도를 했다. 예를 들어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언리얼 엔진이나 모션 캡처 기술 등을, 디자인 단계에서는 AI 기술을 접목하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AI 기술과 실시간 렌더링 기술 적용 범위를 넓혀 제작 파이프라인을 효율적으로 바꿔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물론 완벽하려면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만 크리에이터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부단히 노력하고 도전해보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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