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11-27 08:00:37
이문주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뉴-월드 관광>이 올해 제20회 서울인디애니페스트에서 대상(인디의 별)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가장 아름다운 유년의 추억 속으로 어린 내가 젊은 부모님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1995년 데뷔한 이후 어느덧 30년 차에 접어드는 중견 감독의 시선은 이제 지금의 시간에서 바라보는 삶의 그림을 향해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주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첫 작품 틈(1995)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단편작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숨바꼭질(2006), 나의 낡고 오래된 머리(2008), 괜찮아? 미쉘(2012), 어릿광대 매우매우씨(2016), 40(2020) 등이 있다. 광고나 홍보 영상, 공연이나 미디어 파사드 등 스크린 밖의 미디어 콘텐츠도 만든다.
서울 인디애니페스트 대상을 받은 소감은?
너무나 큰 상이고, 더구나 20주년이란 기념이 되는 해에 받아 더욱 영광스럽다. 특히 서울인디애니페스트는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모여 만든 영화제라 수상이 더욱 뜻깊고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뉴 월드 관광>은 어떤 이야기인가?
1978년 여름 어린 아이들과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당시의 풍경과 물건들이 함께 나와 당시를 공감하는 세대에게는 추억을, 그보다 젊은 세대에게는 각자의 여름 여행에 대한 기억을 선물한다. 비록 경험하지 않았어도 과거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아이들과의 바캉스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엄마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아이의 시선을 담았다. 뉴-월드 관광은 가족이 타고 간 관광버스 회사 이름인데 미래를 꿈꾸는 젊은 부부의 희망을 대변하는 의미로 제목으로 붙였다.
그간의 작품에 깔린 주제 의식이 있는가?
특별한 주제 의식은 없다. 다만 흥미를 갖고 다루는 소재가 있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내용이 작품의 주를 이룬다. 초창기에는 복잡한 도시의 삶에서 잠시 환상의 세계로 넘어가 자신의 오래된 꿈을 기억하는 ‘틈’ 이나 잃어버린 마법의 힘이 부지불식간에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숨바꼭질’,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아 괴로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나의 낡고 오래된 머리’ 처럼 쉽게 사라지고 가볍게 변모하는 마음과 생각, 꿈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40’, ‘뉴 월드 관광’ 처럼 나이를 먹음에 대한 경험과 느낌 그리고 가족간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심한 건 언제였나?
서양화를 전공하던 1990년대 초중반에 컴퓨터로 애니메이션을 그리고 편집하고 출력도 가능하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어렸을 때 봤던 유럽 애니메이션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서양화가 아닌 시간을 담은 미디어로 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퓨처아트라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창작 집단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간단한 기술을 익혀 단편 몇 개를 제작했다. 이후 전문적인 교육, 특히 연출을 배우고 싶어 8년 간 독일로 유학을 다녀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살아오고 있다. 독일에서 만난 파울 드리센(Paul Driessen), 안드레아스 휘카데(Andreas Hykade), 질 알카베츠(Gil Alkabetz), 필 멀로이(Phil Mulloy) 감독들의 교육 방식과 연출에 크게 감동했고 그들의 작품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당시의 가르침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어 대학에서 10년 정도 강의도 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애니메이션에 매력을 느낀 게 바로 움직임이었다. 애니메이션만이 가진 자연스러운 동작이란 게 있다. 실제 현실의 움직임을 따라 그려도 프레임을 나눠서 이어붙이면 드러나는 차이가 있다. 현실과 같은 움직임을 만들고 싶다면 굳이 애니메이션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특히 3D보다2D 애니메이션을 선호한다. 움직임을 상상하고 그림을 그린 후 움직임을 확인할 때 내가 상상했던 느낌이 나오면 큰 성취감을 느낀다.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나?
나이가 든 중년 여성 애니메이터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올 초에 1차 기획안을 마무리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초에는 프리프로덕션을 끝낼 수 있으리라 본다. 이외에 김홍모 작가의 원작인 만화 심마의 애니메이션 작업도 틈틈이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가?
나이 듦, 가족 등 내 나이에서 바라보는 삶의 그림을 담고 싶다. 오랜 기간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만큼 나와 같은 세대의 관객과 함께 공감하는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나이가 더 들어도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면, 그에 맞는 관점의 작품을 만들어 우리 세대에게 다가가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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