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05-07 08:00:13
온라인에서 돌던 ‘루피 짤’ 이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잔망루피>로 거듭난 지 햇수로 4년째. 부끄러움을 잘 타고 마음씨 착한 분홍색 비버의 반전 매력에 MZ세대는 열광했고, 유행을 만드는 대세 캐릭터로 자리를 굳혔다. 김현준 아이코닉스 라이선스사업팀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는 잔망루피를 글로벌 콘텐츠로 만들고 싶어요.”
<잔망루피>가 주목받은 건 언제부터인가?
김현준 2010년대 중반 쯤이었나? 쇼미더머니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 나올 때였다. 인터넷에서 루피 짤이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하더라. 유행처럼 번진 건 2019년이다. 온라인에 밈이 나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퍼졌다.
서혜지 잔망루피 사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건 2020년 7월이다. 루피의 부캐를 만들어 타깃을 영·유아에 국한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잔망’이란 이름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붙인 건가?
서혜지 당시 미디어에서 가끔 쓰던 말이었다. ‘얄밉도록 맹랑하다’ 는 뜻의 순우리말인데 밈에서 보여지는 모습이나 우리가 생각한 콘셉트와 잘 어울렸다.
지금까지 나온 품목 수는 모두 몇 개인가?
강지은 일일이 세어보지 않아 사실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웃음) 팝업스토어는 8번 열었다. 식음료부터 패션, 항공, 스포츠까지 각 분야 유수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굉장히 많이 진행했다. 여태껏 캐릭터 마케팅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기업에서도 협업을 제안할 정도였다.
서혜지 루피와 잘 어울리는 브랜드와 콘셉트가 무엇인지에 더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 그래서 양적 크기보다 팬과 소비자의 재미와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질적 가치에 더 집중한다.
소비자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프로모션을 꼽는다면?
서혜지 이모티콘이다. 잔망루피의 첫 상품인데 지금까지 9탄까지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반응은 여전하다. 10∼20대, 30대에게도 인기가 높다. 작년에는 올해를 빛낸 카카오 이모티콘에서 잔망루피가 슈퍼스타상을 받을 만큼 입지가 탄탄하다. 또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와의 협업이다. 국산 캐릭터가 해외 명품 브랜드와 손잡고 홍보 마케팅을 펼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불가리 측에서도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강지은 2021년 7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연 첫 팝업스토어다. 당시 위세를 떨치던 코로나19에도 정말 많은 사람이 현장을 찾았다. 대기줄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팝업스토어를 보려고 지방에서 올라왔다거나 해외에서 왔다는 분도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인기를 체감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의미가 남달랐던 협업 사례는?
김현준 아무래도 잔망루피가 불가리 게스트 앰배서더로 활동한 것이 아닐까. 국내에서 흔치 않은 사례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당시 불가리 측에서 밸런타인데이 시즌에 맞춰 브랜드 이모티콘을 내볼 의향이 있다는 얘기를 건네 듣고 잔망루피를 연예인처럼 홍보대사로 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불가리 주얼리를 착용한 잔망루피 그림을 보여줬더니 매우 흥미로워하더라. 그러더니 반지로 저글링을 하거나 B급 코드를 더 넣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게 이슈가 되고 성공을 거둔 이후로 여기저기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이 쏟아졌다.
강지은 개인적으로는 신한카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 협업 제안부터 출시 및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진행한 프로젝트였고 카드 발매율도 높아 파트너사로부터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라고 평가받았다. 마케터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수많은 협업 제안을 선별하는 내부 기준이나 원칙이 있나?
김현준 MZ세대가 좋아할까, 재밌어 할까를 우선 따진다. 팀에 MZ세대가 많아 동료들의 의견을 중시한다. 그들 반응이 안 좋으면 실제로도 결과가 별로일 때가 많았다. 사실 여러 곳에서 협업 제안을 받지만 꼼꼼히 검토해서 콘셉트에 맞지 않으면 정중히 사양한다. 일각에서는 너무 비싸게 구는 것 아니냐고 힐난하기도 한다. 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건 이미지의 과소비다. IP의 인기가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이미지를 많이 소비하면 독이 될 것이라 생각해 작년부터 상품 수나 노출 횟수를 줄이고 있다. 브랜드 관리라 할 수 있다. 콜라보레이션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수위 조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IP의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협업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다.
‘부캐’ 의 과도한 상업화로 ‘본캐’ 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있는데?
강지은 기존 뽀로로 속의 루피가 착한 캐릭터라면 잔망루피는 얄밉고 맹랑한 녀석이란 반전 매력을 지닌 캐릭터다. 아예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부캐가 본캐와 완전히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별해 사업을 진행한다.
김현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술, 담배처럼 잔망루피의 본캐나 부캐의 콘셉트, 브랜드의 색깔을 해치는 분야와는 협업을 피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마케팅은 없다. 외부의 시선에 얽매이다 보면 생각이 틀에 갇힐 수 있다. 본캐의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사업 영역을 최대한 넓혀 보려 한다.
올해의 사업 전략이 궁금하다
김현준 최근 집중하고 있는 건 잔망루피의 해외 시장 안착과 성공이다. 작년부터 중국에서 잔망루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핫한 캐릭터로 떠올랐다. 작년 말에는 일본에서 팝업스토어를 처음 열었다. 일본 시장 진출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SNS와 상품으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국내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이제는 잔망루피를 해외로 내보내 글로벌 콘텐츠로 만들 계획이다. 잔망루피 브랜드는 우리 팀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한 결과다. 일을 넘어 좋아하는 열정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 앞으로도 잔망루피가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많은 성원과 기대 바란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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