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11-05 08:00:02
<사랑의 하츄핑>이 극장가를 강타했다. 누적 관객 수 122만 명(10월 24일 기준)을 기록하며 2012년 개봉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105만 1,710명) 이후 12년 만에 100만 관객 돌파란 기념비를 세운 동시에 <마당을 나온 암탉>(2011년, 누적 관객 수 220만 4,870명)에 이어 국산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흥행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극장으로 이끌었을까.
극장으로 결집한 TV시리즈 팬덤
사랑의 하츄핑은 원작인 TV시리즈의 팬덤이 워낙 탄탄해 어느 정도의 흥행을 예고한 작품이었다. 캐치! 티니핑은 최고 시청률 20.2%(시즌4 첫 방송, 5세 여아 기준), 유튜브 채널 누적 조회 수 7억 회에 이를 만큼 4∼7세 여아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2020년 3월 KBS에서 처음 방영한 이후 지금까지 시즌4가 나오는 동안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한 각양각색의 티니핑 100여 종이 등장했는데, 관련 상품이 나올 때마다 부모들을 조르는 아이들 때문에 SNS에서는 파산핑, 등골핑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아이들이 환호하니 부모들도 티니핑을 모를 수 없었다. 매시즌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들의 성화는 어른들에게 티니핑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사랑의 하츄핑은 이런 핵심 타깃층의 팬덤을 극장으로 빠르게 불러 모은 덕에 100만 관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어른들도 빠져든 감동 스토리
사랑의 하츄핑은 그간 TV에 한 번도 공개한 적 없었던 로미와 하츄핑의 설레는 운명이 시작된 순간부터 아무도 몰랐던 하츄핑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린 프리퀄(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로미는 자신의 짝이 될 티니핑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그중 하츄핑과 짝꿍이 되고자 집 앞에서 매일 끈질긴 구애를 펼친다. 하지만 하츄핑은 로미를 믿지 않고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그러다 위기에 처한 자신을 두 번이나 살려준 로미의 진심 어린 행동에 마침내 마음을 열고 영원한 우정을 약속한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진정한 우정에 집중한다. 우정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 희생, 죽음이란 비극적 요소를 활용해 감정이입을 이끌어냈다. 로미가 하츄핑을 구하기 위해 대신 목숨을 잃는 장면은 아이와 어른 모두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다섯 살짜리 딸과 같이 보러 갔는데 내가 울었다”, “하츄핑을 향한 신파극이지만 감동적이면서도 이야기 개연성이 나쁘지 않았다”는 후기가 심심찮게 올라오는 건 이 때문이다.
“다양한 관객이 즐기는 가족 영화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텔링에 집중했다”, “감정을 얼마나 세밀하게 표현해야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김수훈 감독의 고뇌와 노력이 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만족한 어른들의 입소문이 흥행 동력이 됐다.
감정과 몰입도 끌어올린 OST
사랑의 하츄핑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표방했다. 주요 장면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관객에게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OST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나만의 티니핑, 처음 본 순간, 두근두근 내 마음, 우리 함께, 너에게 갈게, 사랑의 기적 등 6곡의 OST는 로미가 하츄핑을 만나러 가는 여정, 이들의 마음이 통하는 과정 등 이야기 흐름에 따라 변하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직관적으로 표현해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했다. “노래는 겨울왕국급”, “한 편의 뮤지컬을 본 느낌”, “기대보다 훨씬 재밌었는데 OST가 한몫한 듯”같은 줄을 잇는 호평이 이를 입증한다.
김태호 음악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의 감정선과 스토리를 음악으로 잘 녹여내는 것을 주안점으로 두고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각각의 트랙이 영화 속 장면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분위기와 편곡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셀럽 마케팅·기록적 폭염도 한몫
높은 인기, 감동적인 이야기, 심금을 울리는 매력적인 노래 외에 인플루언서 파워를 노린 셀럽 마케팅도 흥행을 이끄는 데 주효했다.
배급사 쇼박스는 개봉을 앞두고 키즈 인플루언서부터 스타 가족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셀럽이 참가한 시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배우 조성하·신애라·박호산·정윤·소유진, 가수 오종혁·바다, 작곡가 주영훈, 방송인 유병재·박슬기 등이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
“한국판 겨울왕국을 본 느낌”, “아이와 어른이 함께 봐도 너무 좋은 애니메이션”,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가족 영화”, “엄마, 아빠까지 감동할 수 있는 영화”등 이들이 남긴 관람 평과 인증샷이 SNS에 퍼지고 언론 보도로 이어지면서 개봉 전부터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또 평소 자신의 딸이 티니핑의 열혈 팬임을 언급했던 배우 조정석과 갓 데뷔한 신인 배우 하츄핑이 만나는 모습을 연출한 장면, 메인 테마곡 ‘처음 본 순간’을 부를 주인공으로 걸 그룹 에스파의 윈터를 발탁한 것도 화제가 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록적인 폭염도 흥행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예년과 달리 추석 이후까지 이어진 더위는 야외보다 실내에 머무르게 했고, 가족 단위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호재로 작용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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