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화 작가를 추모하며… 감동 담은 작품들 남기고 홀연히 떠난 1세대 캐릭터 디자이너

Special Report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08-05 08:00:00

 

우리나라 1세대 캐릭터 디자이너로 30여 년간 쉼 없이 캐릭터 개발에 매진해온 방중화 계원예술대 교수가 지난 6월 19일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55세.
 

대학에서 서양화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고인은 1990년 캐릭터 개발사 툰타운 창립 멤버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캐릭터계에 발을 들였다.
 

1992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캐릭터 전시회를 열었던 고인은 1994년 대교어린이TV 캐릭터사업팀장으로 일하면서 유·아동을 위한 여러 캐릭터를 개발해 IP 사업을 전개하다 2008년 캐릭터 콘텐츠 기획·개발사 페이퍼마마리를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었다.
 

그가 탄생시킨 수많은 작품 중 대표적인 캐릭터로는 빨간코 알루, 마카다, 오링가, 라토라 등이 있다.
 

빨간코 알루는 2003년 대교어린이TV가 방영한 동명의 한글 놀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캐릭터로 20여 년째 유·아동과 부모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IP다.
 

고향인 강릉 경포대 오리바위, 십리바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마카다는 2014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에서 애니메이션이 없는 캐릭터로는 유일하게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을 수상하며 진가를 입증했다.

 

우주에서 별과 무지개를 뿌려주는 일을 하는 오링가와 오딩가가 떨어진 물감을 보충하려 지구를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링가는 뉴미디어 플랫폼을 겨냥한 넌버벌 애니메이션으로 2017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 한국콘텐츠 진흥원장상을 받아 기획력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2021년에는 월간<아이러브캐릭터>가 주최한 캐릭터 공모전에서 호기심 많고 패션 감각이 뛰어나 패션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는 시골 강아지 시고르자브종으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라토라는 모든 이를 사랑하고 감싸는 포용력이 넓은 토끼다. 친화력이 탁월해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라토라는 늘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고인의 작품에는 언제나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랑이 깔려 있다. 사람과 선을 토대로 감성과 감동을 담고 있다. 

 

누구나 미소 짓게 하는 따스함과 푸근함을 선사하는 라토라는 그가 지금껏 개발했던 캐릭터들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누구보다 캐릭터를 사랑하고 그 매력에 푹 빠져 활발히 활동해오던 고인은 지난해 암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6월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고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영면했다.

 

 

 

아트라이선싱 이용수 대표 인터뷰



 

고인을 어떤 분으로 기억하는가?
한마디로 고집쟁이였다.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사회 변화에 순응하고 트렌드를 살폈지만 결코 유행을 따라가는 작가는 아니었다. 자기만의 캐릭터성은 절대 바꾸지 않았던 분이다.

 

캐릭터에 대한 철학은 무엇이었나?
항상 사람을 기본에 둔다는 철학을 굽히지 않고 성격이 뚜렷한 캐릭터를 만드셨다. 작가주의적 성향이 강했다. 그때그때의 흐름을 좇지 않고 타협하지 않았다.


평소 후배들에게 당부했던 말이 있었나?
노력하다 보면 좋은 운이 온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비록 지금은 잘 안되더라도 급하게 하지 말고 쉬엄쉬엄 하는 게 좋다, 기회는 언젠가 꼭 온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후배들이 고인의 어떤 점을 계승했으면 좋겠는가?
유행에 따라 자기 캐릭터를 훼손시키면서 줏대 없이 수익만 좇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깊이 새겼으면 한다. 시대가 바뀌면 디자인을 리뉴얼할 순 있지만 자기만의 세계관과 명확한 기준은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 마켓에 나가보면 비슷비슷한 작품이 많지만 누가 만든 건지 곧바로 알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이처럼 자기만의 독특한 컬러와 확실한 기준을 갖고 캐릭터를 개발해야 한다는 고인의 말씀을 명심하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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