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의 진품명품 15] 조선 시대의 짝퉁

Column

김종면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3-07-20 11:00:21


짝퉁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짝퉁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정확한 기록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몇몇 기록에서 짝퉁이 예전부터 있었고 동양과 서양 어디에나 있었음을 보여준다.
2008년 영국 가디언지에 게재된 기사에 따르면 1,000년 된 유물에서 발견된 바이킹의 검들이 짝퉁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사에는 진품 검과 짝퉁 검이 보기에 너무 똑같아 차이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이고 그 차이는 실제 사용할 때 나타나며 이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웃픈 멘트가 더해졌다.

 

조선 시대에도 짝퉁이 있었을까
지금도 수능을 치러 가는 학생들에세 우황청심환을 먹이곤 한다. 우황청심환은 조선 시대에도 귀한 약이었다. 그런데 귀한 약이고 워낙 비싸다 보니 짝퉁이 성행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는 “청나라에도 청심환이 많지만 가짜가 수두룩한데 조선에서 만든 청심환은 진짜라 믿을 수 있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봐서 중국 청나라에서도 가짜 청심환이 많이 유통되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청나라 때부터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던 가짜 우황청심환은 아래의 1978년 중앙일보 기사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없어지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짝퉁이 어제오늘 일만도 아니고 인류의 역사와 짝퉁의 역사가 함께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짝퉁은 좋은 것을 싸게 구매하고자 하는 구매자의 심리와 그러한 구매자의 심리를 이용해 쉽게 돈을 벌려는 짝퉁 판매자의 심리가 결합돼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듯 사람들이 많이 찾는 물건이 있으면 그 물건을 저렴하게 만들어 정품의 인기에 편승해 판매함으로써 큰 이익을 남기려는 짝퉁 판매자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우황청심환 이외에도 다양한 짝퉁 제품이 있었으며, 이런 짝퉁을 판매하는 사람을 안화상이라 불렀다.

 

조선 시대 짝퉁 판매업자 안화상
윤기의 무명자집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도라지를 인삼으로, 까마귀고기를 꿩고기로, 말고기를 쇠고기로 속이는 자도 있고 누룩에 술지게미를 섞고 메주에 팥을 섞는 자도 있다. 그 밖에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요즘은 소금이 귀한데 간신히 사고 보면 메일가루를 섞어놓는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건들은 조선 시대에 광범위하게 발생했고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안화상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조선 시대 짝퉁 상인의 표적은 귀한 약재와 골동품이었다고 한다. 가장 심한 것은 인삼이었는데, 대동법이 시행되면서 인삼 납품은 공인이 담당하게 됐다. 인삼의 수요는 늘었지만 화전 개간으로 인삼 산지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 없었던 공인들은 도라지와 더덕을 아교로 붙이거나 인삼 껍데기에 족두리풀 가루를 채워 넣어 가짜 인삼을 만들었다. 이를 조삼이라 한다. 심한 경우 납을 넣어 무게를 늘렸다. 쓰시마 번주가 조선 상인에게 사들인 가짜 인삼을 에도 막부에 바쳤다가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한 적도 있다고 한다.(장유승 저, 조선잡사 216쪽 참조)

 

 

김종면
●위고페어 대표(AI 기반 온라인 위조 상품 모니터링 플랫폼 WEGOFAIR 운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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