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07-17 08:00:21
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학창 시절을 거의 애니메이션과 함께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푹 빠져 있었다. 자연스레 창작에 눈이 갔고‘나만의 것을 만들자’라는 목표로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해 콘텐츠 제작을 배웠다. 2022년 8월부터 계향쓰 채널에서 내보낸 거의 모든 작품에 참여했다. 초반에는 대표님과 둘이 콘텐츠를 기획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레인보우 시리즈, 도어즈 시리즈, 웬즈데이 시리즈, 시그마 밈(관심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 또는 자신의 분야에서 재능을 뽐내는 것을 표현한 밈) 등이 있다.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PD보다는 ‘뭔가를 창작하고 싶다’ 는 꿈을 꿨다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내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다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아져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하던 중에 정말 놀라운 우연이 찾아왔다. 구직 사이트에 포트폴리오를 올려두고 유튜브를 보다 인기 급상승 동영상 목록에 뜬 한 애니메이션을 봤다. ‘나는 괴물이 아니야1’ 이란 제목이었는데 아주 재밌더라. 그래서 그날 밤 그 채널의 모든 애니메이션을 다 봤다. 한국 채널이라는 걸 알고 놀랍고 반가운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계향쓰란 채널에서 면접 의사를 묻는 문자가 왔다. 전날 밤에 본 채널이었다. 운명을 믿진 않지만 재밌는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장 면접을 치렀고 다행히 합격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즐거우면서도 조금은두려운 마음으로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쇼트폼 웹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무엇인가?
채널의 주력 영상이 일반 폼에서 쇼트폼으로 넘어가던 시기 초반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점차 제작 시스템이 갖춰지고 쇼트폼 애니메이션 흐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여유를 찾은 것 같다. 몰론 콘텐츠 조회 수에 대해선 여전히 장담하진 못한다.(웃음) ‘시청자 입장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치 않은 콘텐츠’ 가 쇼트폼 웹애니메이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투자란 선택과 시간이다. 쇼트폼은 시청자에게 무슨 영상을 볼 건지 선택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쿨하고 자극적이다. 언제든 손가락 하나만으로 슥 내려버릴 수 있다. 직접 선택한 영상이 아니므로 떠날 때 아쉬움도 없다. 선택에 대한 후회도 없고 에너지도 들지 않는다. 이러한 점이 결국 ‘시간을 절약한다’ 는 장점으로도 귀결된다고 본다. 다만 이처럼 연속되는 단발성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인내를 단축시키고 창작자에게 빠른 전개와 자극을 강요하는 단점도 있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우리가 기획한 시리즈가 하나의 밈이 됐을 때, 또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올 때 뿌듯하다. 도어즈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특정 사이트에 각 캐릭터의 프로필 카드를 만들어주거나 서로의 이야기도 만들어준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데 역시 2차 창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 올해부터는 이런 아쉬움을 극복하려고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도전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하나의 애니메이션이 완성됐을 때, 그리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이것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는가?
계향쓰만의 세계관으로 장편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간 유튜브를 통해 익혔던 일종의 성공 공식과 이야기의 힘을 조화롭게 섞어 훌륭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는 것이다. 이 작품이 계향쓰의 시즌2를 이끄는 대표작이 됐으면 좋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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