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원활했나? 이가라시 미키오 씨는 국적 , 정치 , 외교 , 역사 등의 문제와는 별개로 그저 한 사람이고 작가일 뿐이다. 상상을 좋아하는 성향도 비슷해 얘기가 잘 통했다. 동네 형 같은 느낌이다. (웃음) 같이 작업할 때 큰 어려운 점은 없었는데 책에 등장하는 나무와 꽃의 말과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이 그에게 조금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걸 정확히 알아야 해당 장면에 알맞은 그림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자료를 보내 꼼꼼히 읽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웃음)
동화 속 명대사를 꼽아달라 ‘ 그래. 세상의 작은 것들이 예쁘잖아. 이른 아침 이슬처럼 , 늦은 밤 반딧불처럼 , 봄날 빗 방울처럼 , 여름 호숫가에 반짝이는 조약돌처럼 , 가을 산마루의 들국화처럼 , 겨울바람에 날리는 눈꽃송이처럼 작은 것들이 아름답단 말이야 ’ 란 대사다. 생명이 있든 없든 자연의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다.

보노보노를 그린 작가 이가라시 미키오 특유의 그림체는 황금나무숲을 시처럼 아름답고 애니메이션처럼 재미있는 동화책으로 만들었다. 그는 머리말에서 “ 우리를 살리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깨우치기 위해 황금나무숲 친구들이 찾아왔다 ” 고 했다. 우리를 살리고 있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그 의미는 뭘까. 이가라시 미키오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출간까지 3년이 걸린 이유는? 본업이 만화가다. 그래서 매달 본업과 작업을 병행하게 돼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 캐릭터 설정을 위한 미팅을 포함해 3년이니 , 실제 그림 작업에 걸린 시간은 2년 정도다. 만화도 한 권의 책이므로 만들어지기까지 2∼3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림책은 올 컬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이은 작가의 첫인상은 어땠나? 이은 작가와 교류한 지 10년이 넘는다. 처음 만났을 때 조금 뒤처져 걷고 있었는데 , 모퉁이를 돌았더니 이 작가가 느닷없이 피리를 부르고 있더라. 난 깜짝 놀랐는데 장난스럽게 빙긋이 웃고 있어서 재미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도 몇 번 한국에서 만나 그의 문학이나 음악 , 취미에 공감했고 무엇보다 성격이 호쾌하고 약속은 꼭 지키는 성실함에 끌렸다. 그래서 황금나무숲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어졌고 그림 작업을 맡게 됐다.
황금나무숲은 어떤 책인가? 우리는 의도치 않게 타인과 비교되며 스스로도 누군가와 비교하게 된다. 황금나무숲에 등장하는 산과 숲 , 나무와 풀 , 꽃은 아무도 차별하지 않으며 평등하다는 것 , 그리고 거기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항상 변화에 열광하며 계속 존재하고 있는 것을 잊기 마련이다. 그러나 영원불멸한 것은 언제나 우리곁에 존재하며 사라지는 일은 없다. 그것을 깨달으면 된다.
보노보노를 오랫동안 연재할 수 있는 동력은? 내가 그만두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지해주는 팬들이나 출판사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난 지금도 , 그리고 앞으로도 보노보노를 계속 그리고 싶다. 담당 편집자가 알려줘서 알게 된 사실인데 2011년에 동일본대지진을 겪었을 때도 , 뇌경색으로 입원했을 때도 , 암 수술을 받았을때도 35년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보노보노를 그려왔다더라. 그래서 보노보노는 죽을 때까지 계속 그릴 것 같다. 무엇보다 보노보노를 그리는 지금이 가장 즐겁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