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우 칼럼니스트
swchoi@wooinlaw.com | 2026-10-29 15:00:15
들어가며
요즘 캐릭터 작업 현장의 풍경은 이렇다. 기획자는 대규모 언어모델로 세계관 연표와 성격 설정, 말투 규칙을 초안까지 뽑아 놓고, 디자이너는 이미지 생성 도구로 콘셉트 시안 수십 장과 컬러 팔레트 후보를 하루 만에 비교한다. 3D팀은 그 원화를 모델링과 리깅으로 넘기고, 같은 캐릭터가 100장의 그림에서 같은 인물로 보이게 하려고 자사 이미지를 학습시킨 전용 모델까지 따로 만든다.
속도와 비용의 개선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렇게 완성한 캐릭터를 회사가 온전히 자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게임은 완성된 빌드 자체가 상품이지만 캐릭터는 다르다. 하나의 도안이 인형과 문구, 식품 패키지, 광고, 챗봇, 콜라보레이션 상품으로 20년, 30년 반복해서 재사용하는 원본이기 때문이다.
더 까다로운 건 이 문제가 지금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제작 단계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이선싱 규모가 커져 상대방이 권리 실사를 요구할 때, 또는 투자와 매각 실사 단계에서 권리의 근거를 제시해야 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그리고 그 시점에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생성형 AI가 개입한 캐릭터의 저작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기록을 어디까지 남겨야 하는지, 저작권이 얇아진 자리를 무엇으로 메울 것인지, 그리고 캐릭터가 말하기 시작하면서 새로 생긴 쟁점과 외주 계약의 공백을 차례로 살펴본다.
생성형 AI로 만든 캐릭터의 저작자
기준은 AI를 썼느냐가 아니라 사람과 AI 중 누가 창작적 표현을 주도했느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작년 6월 30일 발간한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안내서'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인정되면 GAI 활용 저작물로 등록이 가능하고, 인정되지 않으면 GAI 산출물이어서 등록할 수 없다는 기준을 공식화했다.
'어느 정도'에 대한 정량 기준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다만 참고할 만한 대비는 있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3년 2월 미드저니로 만든 그래픽 노블 사건에서 작가가 쓴 텍스트와 이미지 · 텍스트의 배치 조합만 인정하고 AI가 출력한 캐릭터 이미지 자체의 저작권은 취소했다. 같은 해 9월에는 프롬프트를 624회 넘게 수정한 작품이 초기 출력물이 최종본에 실질적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반면 작년 1월 등록에 성공한 작품은 생성 이후 인페인팅으로 서른다섯 번에 걸쳐 부분을 반복 수정한 기록을 제출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프롬프트를 몇 번 고쳤는지는 인정 요소가 아니며, 출력이 나온 다음에 사람이 손을 댄 정도가 관건이다.
캐릭터 분야에는 유리한 지점이 있다. 캐릭터 자산의 핵심은 일관성인데, 생성형 AI는 본질적으로 매번 다른 그림을 내놓는다. 그 간극을 메우려고 아티스트가 표정과 의상, 비율과 디테일을 맞추고 레이어를 분리하는 작업이 바로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입증하는 지점이 된다. AI가 잘 못하는 일을 사람이 하고 있는 셈이다.
등록 실무에서는 숨기는 쪽이 훨씬 위험하다. AI가 만든 것을 사람이 창작한 것처럼 신청하면 허위 등록이 되어 등록이 무효화되거나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신청서의 창작적 기여 사항란에 AI 활용 사실을 명시하고 사람이 창작적으로 표현한 부분에 한정해 주장하는 것이 정석이다. 대신 등록은 하나로 뭉치지 말고 나누어 설계해야 한다. 세계관과 설정집은 어문저작물로, 캐릭터 도안은 미술저작물로, 여러 시안과 변주본을 모은 캐릭터 시트는 편집저작물로 나누어 검토한다. 안내서는 GAI 산출물 자체는 등록할 수 없어도 그 산출물을 선택하고 배열하고 구성한 데 창작적 기여가 있으면 편집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실무상 기억해 둘 만한 우회로가 된다.
한 가지 더 짚을 것이 있다. 업무상저작물은 결과물이 저작물일 것을 전제로 한다. AI는 직원이 아니라 도구이므로, AI가 창작을 주도한 결과물은 애초에 저작물이 아니어서 업무상저작물도 될 수 없다. 직원이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의 권리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AI 활용 기록의 중요성
완성한 그림만 놓고 보면 사람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아무도 구별할 수 없다. 그래서 기록이 곧 권리가 된다. 남겨야 할 것은 여섯 가지다. 프롬프트 이력과 모델명 · 버전 · 시드값, 수정하기 전의 생성 원본 파일, 수정 단계별 스냅샷과 레이어 파일, 최종본과 작성 경위서, 역이미지 검색 등 유사도 검증 결과, 그리고 사용한 도구의 약관과 라이선스 조건 캡처다.
가장 자주 누락되는 것이 두 번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출력이라 덮어써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인간의 기여를 입증하는 방식은 전후 대비이므로 원본이 없으면 무엇을 손봤는지 증명할 수 없다. 레이어 파일도 마찬가지다. 레이어가 살아 있으면 어느 부분이 사람의 손인지 그 자체로 드러나지만, 병합 파일만 남기면 이전 정보는 소멸한다. 마지막 항목도 가볍게 볼 게 아니다. 도구마다 상업적 이용 조건과 출력물의 권리 귀속 조항이 다르고, 약관은 수시로 바뀌는 데다 소급 확인이 되지 않는다.
관리 원칙은 세 가지다. 작업이 끝난 뒤가 아니라 진행 중에 남길 것, 캐릭터 단위가 아니라 시트 단위로 묶어 권리 설계의 단위와 기록의 단위를 일치시킬 것, 외주 계약서에 동일한 항목을 제출 의무로 명시할 것이다.
덧붙여 기획 단계에서 실제로 가장 위험한 건 저작권이 아니라 영업비밀이다. 미공개 세계관 설정집이나 캐릭터 기획안, 콜라보레이션 협상 내용을 외부 AI에 그대로 붙여 넣는 순간 비밀로 관리되고 있다는 요건이 흔들릴 수 있다. 승인 도구 목록과 외부 AI 입력 금지 정보의 범위를 사내 규정으로 먼저 정해 두어야 한다.
맺음말
정리하면 이렇다. AI 활용 캐릭터의 저작물성은 AI를 썼는지가 아니라 사람이 창작적 표현을 주도했는지로 판단한다. 그 판단의 근거는 결국 과정 기록이다. 기록이 없으면 우리 캐릭터의 권리를 우리도 증명하지 못한다. 저작권이 얇아지는 만큼 상표권과 디자인권,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등록 전 공백을 줄이기 위해 출원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 캐릭터가 말하기 시작한 이상 챗봇과 합성 음성은 별도의 계약과 절차로 다루어야 하며, 외주 계약서에는 저작물성 자체가 부정될 경우와 파생 모델의 귀속까지 미리 적어 두어야 한다.
캐릭터는 20년, 30년 쓰는 자산이다. 오늘 남기지 않은 기록과 오늘 빠뜨린 조항은 지금이 아니라 라이선싱이 커진 뒤에 문제가 되고, 그때는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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