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단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01-17 11:00:43
사례
A는 서울 강남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B는 이곳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A는 B에게 미용 서비스에 필요한 브랜드, 장소, 매뉴얼, 비품 및 부대시설을 제공하고, B는 고객에게 미용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매출액의 일부를 분배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B는 2년간 이곳에서 일하며 전담 고객을 많이 확보했고 이후 사직서를 내고 퇴사했다.
그런데 사직서에는 ‘퇴사 후 1년 이내에 반경 1km 내 동종업에 종사하거나 미용실을 열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또 A와 B 사이의 헤어 디자이너 자유소득직업 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에도 같은 내용의 경업금지 조약과 함께 이를 위반하면 위약금 1,000만 원을 B가 A에게 지급토록 규정돼 있다.
B는 일하는 동안 A의 지시로 촬영해 미용실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사진들을 퇴사 후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 인스타그램에 올려 홍보에 활용했다. 계약서에는 ‘B는 계약 기간 중 A의 영업 마케팅 등으로 인해 얻은 고객 정보는 A 소유로 하며 A 사업장에서 생성된 사진, 영상물 등은 A에게 귀속됨을 확인한다, B가 A 허락 없이 무단으로 활용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돼 있다. 반면 ‘B의 계약 해지 또는 종료 시 사진 및 영상물 제작권은 A와 B 모두에게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B는 퇴사 후 계약서 및 사직서 내용을 위반해 A 사업장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자신의 미용실을 열었고 A 미용실에서 만난 수십 명의 고객을 자신의 고객으로 확보했다. 또 A 미용실에서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미용실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를 알게 된 A는 B를 상대로 경업금지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이 사례는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 6. 2. 선고 2023가합30126 판결문을 사안의 이해를 위해 각색한 것이며 개별적인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해설
위 사례의 쟁점은 B가 사용한 사진이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계약서 조항에 따라 B가 해당 사진을 퇴사 후 사용할 권리가 있는지, 경업금지 조항이 유효한지, 위약금 금액이 과다해 감액해야 하는지 등이다.
B가 사용한 사진이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B가 퇴사 후 사진 사용 권리가 있는지 여부
B가 퇴사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은 비록 A 미용실에서 일할 때 촬영한 건 맞지만 B가 직접 구도와 조명, 배경을 선택해 촬영한 사진이다. 따라서 B는 저작권법에 따라 창작자로서 저작권이 있고 이 사건 계약서는 사직으로 계약이 종료됐으니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계약서에 따르더라도 단서에 의해 B의 계약 해지 또는 종료 시 사진 및 영상물 제작권(저작권의 오타라고 주장함)은 A와 B 모두에게 있으므로 저작권이 있는 B가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A는 해당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직접 기획해 B에게 촬영을 지시한 것이고 배경, 조명, 설비도 직접 제공한 것이며, B는 A의 기획·지시에 의해 촬영해 미용실 인스타그램에 공표했으므로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해 저작권법에 의하더라도 저작권은 자신에게 있고 계약서에도 사진은 A에게 귀속된다고 돼 있다고 맞섰다.
또한 저작권이 있는 이상 계약이 종료됐다고 해서 사진 저작권이 B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계약서에 명시한 제작권은 저작권의 오타라고 볼 근거가 없고 계약 종료 후에는 각자 사진을 제작할 권리가 있다는 일반적인 내용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A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제작권이 저작권의 오기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B가 계약서에서 계약 기간 생성된 사진은 A의 소유라고 했음에도 이를 위반했으며 B가 A에게 사진 사용 허락을 받은 사실도 없으므로 사진 저작권이 B에게 있다고 볼 수 없어 계약 위반으로 인한 위약금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명확하게 업무상 저작물의 법리를 설시하지 않고 계약서 문언에 따른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해 사진의 소유 및 이용 관계를 판단했다.
법원 입장은 사진 저작권이 누구에게 발생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계약서에 따라 당사자끼리 약정한 대로 소유권과 사용권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저작권 중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은 당사자 간 약정에 따라 권리가 이전, 처분, 귀속이 가능한 것이므로 이에 입각한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작권 관련 판결 내용은 계약서상 문언 표기는 문언 해석 원칙에 따라 명백하게 오타이거나 다른 증거가 없는 이상 문언대로 해석해야 하고 표기된 바와 다른 내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걸 밝힌 것으로 의미가 있다.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사용자와 근로자 간 경업금지약정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는 것이 판례 입장이다.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판례가 제시한 것은 여섯 가지다.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토록 하고 있다.
판례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영업비밀뿐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사용자만이 가진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 관계나 영업상의 신용 유지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참조).
위 사건에서 B는 매출에 따른 수입을 배분받는 자유근로자로 계약했을 뿐 노동 제공에 대한 대가로 금전을 받는 지위가 아니고 구체적인 업무에 대한 지시·감독 등의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이 미용실을 선택할 때 A가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 이룬 브랜드, 평판, 인테리어, 인상, 설비, 접근성 등을 고려할 것이라는 점, B가 이러한 A의 노력으로 구축된 고객 관계를 퇴사 후 인근에 경쟁 미용실을 열어 고객을 이전해가면 B는 A의 노력과 투자로 얻은 결실을 대가 없이 이용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A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려 A 소속 직원의 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A의 인적·물적 투자나 노력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경업 금지 기간을 퇴직 후 1년으로 정해 과도한 기간으로 보기 어려운 점, 경업 금지 지역 제한이 1km 이내로 과다하게 넓은 지역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과다한 제한으로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위약금 감액 가부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이를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약금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서에 정한 위약금을 법원이 과다하다고 판단할 경우 감액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원은 B가 계약 종료 후 불과 20여 일 만에 개업한 점, 개업 준비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B는 계약관계 종료 이전부터 개업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러한 B의 태도는 사직서와 계약서에 규정한 경업금지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점, B 미용실의 위치, 경업 금지 기간과 장소, 위약금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위약금 1,000만원이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권단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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