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강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05-24 11:00:33
우리가 일반적으로 산업이라고 표현하려면 해당 산업을 구성하는 특정 요소를 포함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지녀야 하며, 그것이 지속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그 안을 들여다보면 산업 구조는 무척 복잡하고 민감하다.
우리는 모터쇼에서 콘셉트카를 보고 감탄한다. 하지만 콘셉트카는 단순 전시용이거나 양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를 만들 때 외형만 멋지게 디자인한다고 해서, 또는 골격을 짜 바퀴를 단다고 해서 굴러가는 건 아니다. 달릴 수 있게 할 엔진이 필수다. 복잡하고 수많은 부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각각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동력 에너지원이 공급돼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처럼 산업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고 돌아가려면 표면적으로 보이는 외향적 요건 이외에도 필수 조건과 환경이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작가와 작품 이외에 웹툰 산업을 달릴 수 있게 만드는 역할과 조건, 환경에 대해 알아보자.
1. 한국웹툰산업협회의 역할과 의의
웹툰산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이전 30대 후반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만화 세대 대부분은 일본 만화를 한국 만화라 여기고 자랐다. 당시에는 드래곤볼, 슬램덩크, 북두의권 등 많은 일본 만화가 한국 만화시장을 점령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 만화 수입보다 일본을 대상으로 웹툰을 수출하는 규모가 훨씬 커졌고 애플이나 아마존이 웹툰에 뛰어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웹툰산업의 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초창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웹툰이라는 용어를 통역하기 위해 열 문장 이상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아무런 설명 없이 그저 웹툰이란 한마디면 된다.
대한민국이 웹툰 종주국으로서, 웹툰산업이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었던 주 요인을 꼽을 때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가장 빠르고 활발했기 때문이란 것을 종종 언급한다. 이 부분이 환경적 요인으로 큰 영향을 준 건 맞다. 다만 여기에는 한국인의 창의성과 감각이 함께 작용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웹툰이 저절로 진화하거나 만들어졌다기보다 온라인 환경, 모바일 기기, 개인화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춰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고, 편하게 이용하길 원하는 소비자의 성향과 패턴을 연구해 접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가 모든 백성이 널리 문자를 익히고 사용해 이롭게 하기 위해서였듯, 웹툰이 탄생한 것은 모든 사람이 웹툰을 쉽게 접하고 즐기면서 문화적 감성을 교류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좋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작가가 존재하고 그들을 묵묵히 받쳐주는 웹툰 기업의 진심 어린 노력이 오늘날 한국 웹툰을 탄생시킨 든든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웹툰 관련 강연을 하거나 세미나에서 발제를 할 때면 늘 웹툰산업은 아직 병아리 걸음마 단계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웹툰산업은 아직 어리다. 어떤 면에서 웹툰산업을 부족하고 모자란 햇병아리로 폄하하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의미를 가리킨다. 아직 병아리 걸음마 수준임에도 대중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콘텐츠이자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 기세를 보이고, 무척이나 빠르고 가파른 성과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보여줄 가능성은 엄청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또한 웹툰은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웹툰산업의 시대라는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웹툰에서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웹툰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처럼 웹툰산업의 도래와 함께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한 한국웹툰산업협회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만화, 웹툰 관련 활동을 하는 협회가 적잖이 있었지만 모두 개인 창작자 중심의 협회였다. 웹툰산업을 대표하고 기업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협회로는 한국웹툰산업협회가 유일하다.
2015년 10월 28일 창립일을 기점으로 한국웹툰산업협회는 웹툰산업의 지속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목표로 웹툰을 통해 전 세계가 문화적으로 공감하고 교류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최전방에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를 위해 작가와 웹툰 기업 간의 균형과 상생을 추구하고 정부와 만화, 웹툰 발전을 위한 정책과 전략을 협의해가고 있다.
2. 한국웹툰산업협회의 활동과 성과
한국웹툰산업협회는 그동안 많은 사람이 웹툰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점을 꼽자면, 웹툰표준식별체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나의 독자적인 산업으로 성장하고 세계의 중심에 우뚝서고 있지만 웹툰 정보와 자료를 보호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기록할 수 있는 식별 체계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무척 절실했다. 대한민국 표준을 넘어 국제 표준으로 발전시킬 웹툰표준식별체계는 한국웹툰산업협회의 자랑스러운 활동 결과다.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웹툰표준식별체계가 제대로 자리잡고 기능할 수 있도록 협회와 연계해 다양한 연구와 적용 과정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웹툰산업의 날 제정이다. 한국웹툰산업협회는 매년 10월 28일을 웹툰산업의 날로 제정, 해마다 많은 사람이 웹툰의 의미를 되새기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냈다.
웹툰산업의 날은 웹툰산업의 근본 목적인 지속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전제로 보다 많은 대중이 웹툰을 떠올리며 보다 자연스럽게 친밀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웹툰을 사랑해 준 이들에게 보답하며 즐거움을 돌려주기 위한 날이다.
웹툰산업의 구성 요소에는 작가, 독자, 기업 모두가 포함돼있다. 웹툰산업의 날은 어느 특정 대상이 아닌 전 세계 모두가 웹툰으로 하나되고 웹툰으로 행복해지는 날이 되는 것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정했다.
협회는 이를 위해 다양한 기념 활동과 이벤트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대한민국의 기념일이 아닌, 전 세계인이 웹툰을 떠올리며 기다리고 주도하는 날로 활용되고 기억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글로벌 웹툰 페스티벌과 웹툰 어워즈의 실현이다. 한국웹툰산업협회는 그동안 웹툰 종주국의 위상을 알리고 가치를 공유할 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간 여러 기관과 루트를 통해 정부와 소통하며 끊임없이 그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진전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한국웹툰산업협회는 2024년 개최를 목표로 독자적으로 글로벌 웹툰 어워즈인 인피니트 어워즈를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문체부와의 간담회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주요 과제라는 점을 이끌어내 마침내 개최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웹툰 페스티벌은 콘텐츠가 관광 자원으로 확장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글로벌 웹툰 페스티벌은 반드시 필요하고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글로벌 웹툰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작품이 우선이지만 웹툰 페스티벌을 통해 대중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고 친밀함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교감을 통해 웹툰을 알리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웹툰 페스티벌 참여를 위해 전 세계인이 대한민국을 찾음으로써 엄청난 경쟁력과 가치를 지닌 관광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한국웹툰산업협회는 2024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웹툰 어워즈 2024 인피니트 어워즈를 정부를 대신해 수년 간 준비해 왔으며 마침내 올해 10월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문체부를 설득해 개최를 약속받은 건 기쁜 일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추진 과정에서 둘로 쪼개진 모양새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 웹툰 어워즈가 절대로 이분화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인피니트 어워즈 따로, 문체부의 어워즈가 따로 열린다면 그것만큼 희한하고 우스운 상황도 없을 듯하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한국웹툰산업협회가 열심히 준비했지만 이제 문체부가 나섰으니 맡기고 지켜보기만 하라고 한다면 인피니트 어워즈의 실현과 가치를 위해 그간 쏟은 노력과 결실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따라서 가장 멋지고 의미 있는 최상의 선택은 그동안 준비해 온 인피니트 어워즈가 제대로 자리잡도록 문체부가 힘을 더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웹툰산업의 주요 과제와 목표를 위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산업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건강한 웹툰 기업과 플랫폼이 존재해야 작가와 상생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많은 기회가 만들어져야 웹툰 작가들이 더 좋은 작품으로 활약하고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 다양한 성향을 가진 세계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건강하고 다양한 활동을 추구하는 웹툰 기업과 플랫폼에 대한 육성과 지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국웹툰산업협회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완성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둔다. 이를 위해 인재 육성, 중소기업 육성, 다양성 장르와 오리지널 IP의 활성화, 저작권 확립과 불법 복제 유통 방지, 웹툰표준식별체계의 상용화, 세계 시장의 정상화. 글로벌 웹툰 어워즈 개최 등에 힘쓸 것이다.
서범강
·(사)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아이나무툰 대표
[ⓒ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