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04-10 08:00:25
애니메이션 명가 드림웍스가 만든 <쿵푸팬더>가 네 번째 이야기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쿵푸팬더는 세계적으로 20억 달러의 수익을 거둔 드림웍스의 최고 흥행 시리즈. 쿵푸팬더4는 북미 개봉과 동시에 세계 26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화려환 귀환을 알렸다. 우리나라에서도 흥행 기록을 새로 쓸지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쿵푸팬더4 제작팀원인 유혜린 비즈뎁 아티스트가 국내 개봉을 앞두고 제작 참여기를 보내왔다.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 특성상 제작 속도 빨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예술특화대학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을 나오고 2021년 7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드림웍스에 입사해 비즈뎁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비즈뎁 아티스트는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캐릭터 의상이나 헤어, 소품, 영화 세트장 등의 디자인을 담당한다. 또 디자인에 관한 추가 정보나 참조 자료를 담은 콜아웃 시트를 만들어 캐릭터나 소품 소재를 어떤 걸로 할지 정해 모델링팀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카메라 구도가 어떤 게 좋을지 스케치로 간단하게 보여주는 레이아웃 디자인 작업과, 밀도 높은 그림으로 분위기와 구성을 보여주는 키 프레임 작업도 비즈뎁 아티스트의 일이다. 컬러 스크립트를 구성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색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드림웍스에 들어와 운 좋게도 쿵푸팬더4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쿵푸팬더4에서는 모든 쿵푸 마스터들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카멜레온이 등장한다.용의 전사인 포는 자신을 복제한 카멜레온과의 대결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인 쿵푸 고수 젠과의 색다른 케미스트리도 볼만하다. 또 환상적인 도시의 비주얼, 더 커진 쿵푸 액션, 포만의 유머도 가득 담겼다.
개봉일이 잡히고 공개된 예고편을 보니 내가 기여한 부분이 두드러지게 나온 것 같아 몇 번을 다시 볼 만큼 정말 설레고 뿌듯했다. 그러면서 2년이 넘도록 수많은 아티스트가 공들였던 하나하나의 제작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특성상 제작 속도는 다른 영화에 비해 빠른 편이었다. 수많은 회의에서 나오는 온갖 과제와 작업을 처음 접했을 땐 잔뜩 긴장하고 부담을 느꼈다. 과제가 쌓이면 서두르다 보니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것같아 좌절감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빨리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가니 산더미 같은 업무량에서 느끼는 부담감을 덜 수 있었고 차츰 내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게 됐다.
2D 그림만으론 부족, 3D 역량 높여야
쿵푸팬더4를 만들면서 2D 그림만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 콘셉트·비즈뎁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갖췄다고 자신했지만 3D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게 작품 퀄리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동료들의 작품을 보며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개인 시간에 그림을 그리기보다 3D 작업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취업하니 배울 게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보드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콘셉트·비즈뎁 아티스트가 만드는 이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보여줘야 주목받을 수 있다.
드림웍스에서는 스토리보드에 비주얼이 더해지는 과정을 거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그린 라이트’ 가 켜지면 그때 비로소 제작비가 나오고 여러 팀이 만들어진다. 분야별로 일과 성격이 비슷한 팀끼리 먼저 회의하고 모아진 의견을 토대로 다른 팀들과 회의를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온 여러 의견이 하나로 모아져야 스토리팀, 아트팀, 기술팀이 모두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회의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기술팀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구현하며 발전시킨다. 아마 드림웍스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이러한 제작 시스템을 운영하리라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 쌓아 단편물 만들고파
날마다 꿈꿔온 게 현실이 되니 그저 즐겁고 행복하다. 팀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생각을 모아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이 아닌 다른 문화권을 여행하는 것도 틈틈이 계획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의 문화를 경험하면 분명 새로운 걸 많이 배울 수 있으니까. 마음을 열고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경험을 쌓은 뒤 친구들과 함께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