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80] 노묘정 감독, 영상이 좋아 거침없이 도전했죠 뭐

Interview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4-08-27 08:00:50

 

“애니메이션을 잘 다루기 위해 모든 영상을 섭렵하고 있어요. 흔한 표현 방식에서 벗어나 생각을 키우는 과정이랄까. 영상을 애니메이션으로만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다른 장르를 탐구하고 있는 거죠.” 노묘정 감독은 뒤늦게 홀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테크닉은 부족했지만 멘토들의 혹독한 가르침 끝에 데뷔작 <랠리(Rally)>를 완성했다. 뭘 모르니 주저할 법도 했을 텐데 노감독은 쾌활하다. “해보고 싶은 게 많아 거침없이 도전했어요. 새로 뭘 배우는 걸 좋아하고 경험할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해보자는 주의거든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심한 언제였나?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다 창업해 디자이너 겸 작가로 활동했다. 일러스트페어에 나가 굿즈를 팔기도 하고 동화책도 만들었다. 그런데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 것 같더라. 그래서 스토리 쓰는데 자신 있으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보자는 생각에 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전했다. 예전부터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미디어아트든 영상이라면 다 좋아했다. 영상 예술은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의 교류를 가능케 한다. 자신의 경험을 담을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 디자인도 그렇긴 한데, 난 이야기를 보여주는 걸 원해서 영상이 더 매력적이라 느꼈다. 따로 배울 기회가 없어서 독학으로 애니메이션을 배웠다.
 

독학하는 어렵지 않았나?
너무 힘들었다.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타이밍을 잡는 게 어려웠다. 사실 동화책 만드는 게 콘티 작업과 비슷해서 운 좋게도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의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에 단번에 선정되었지만 영상 제작 실력이 부족해 지적을 많이 받았다. 애니메틱스(영상 콘티)를 만들라는 미션을 받고 스토리보드를 보여드렸더니 ‘속도감이 없다, 영상 흐름이 안 보인다, 타이밍을 얼마나 잡고 몇 프레임을 줄 거냐’ 같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정말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그때 테크닉이나 요령을 많이 배웠다.

 

<랠리>작품을 소개해달라

2022년에 공개한 작품이다. 벽을 친구 삼아 혼자 테니스를 치던 주인공 티라노는 브라키를 만난다. 함께 테니스를 치지만 공을 주고받는 랠리가 이어지지 않고, 넘어오는 공을 받으려 애쓰던 브라키는 자꾸 넘어진다. 티라노는 브라키가 다치지 않도록 갖은 방법을 써보지만 결국 테니스를 치는건 티라노 혼자다. 브라키는 다른 공룡이 놀고 있는 곳으로 가버리고 만다. 랠리는 이 둘이 다시 공을 주고받을 수 있을 지를 다룬 작품이다. 내가 겪은 일을 소재로 만들었다. 테니스 레슨모임에서 어떤 분과 친해졌는데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에 착안해 이야기를 썼다.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
랠리가 이어지려면 리시브가 잘돼야 하는데 이것이 인간관계와 비슷하고 느꼈다. 일방적으로 상대를 배려하거나 맞추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얘기를하고싶었다. 실수하고 넘어지는 모든 게 같이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된 티라노와 브라키처럼, 상대가 날알아갈수있는틈을 열어준다면 마음을 주고받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혼자서 이야기와 영상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게 즐겁다. 연출가보다 배우에 가까운 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캐릭터가 어떻게 놀라고, 움직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연기해보는 게 재밌더라. 움직이는 영상을 만들려니 남들 움직임을 더 열심히 관찰하게 된다. 영상과 음악이 잘 맞아떨어질 때도 쾌감을 느낀다.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나?

링터뷰(링크+인터뷰)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연결 고리로 엮여 서로에게 영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여러 사람과 직접 진행한 인터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때론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생각을 듣는 게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나오는 이들이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이나 생각이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관객마다 마음에 드는 인터뷰가 있을 테니 자신의 방식대로 소화하고 해석할 수 있게 만들겠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가?
모두가 어떻게 하면 더불어 잘 살 것인가를 얘기하려고 한다. 자신의 성향을 유지하면서 대립이나 갈등 없이 남들과 맞춰 잘 살 수 있는 지에 대한 과정을 담고 싶다. 스릴러 같은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로맨스도 좋다. 하고 싶은 이야기에 장르를 맞춰 새롭게 변주해보고 싶다. 작가주의 성향이 짙은 작품보다 관객과 호흡하는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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