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104] 박지선 감독, 내 삶과 가까운 이야기라야 몰입할 수 있어요

Interview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6-08-28 08:00:56

동충하초는 곤충의 몸에 기생해 자라는 버섯의 일종이다. 곤충에 침투해 몸속을 장악하고, 여름철 곤충 몸 밖으로 버섯을 피워낸다. <포자러브>는 개미 몸 안으로 들어간 포자가 자라 개미 본연의 모습이 동충하초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준다. 박지선 감독은 동충하초의 기이한 생명력을 통해 사랑의 본질이 뭔지 속삭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원래 회화 작가를 꿈꿨다. 지금은 영상 제작자가 되고 싶어 대학원에서 비디오 아트를 배우고 있다. 대학 졸업 작품으로 테마파크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실험 영화를 만들었다. 직접 찍고 편집하며 연출하는 게 재밌더라. 지금은 연말에 열 예정인 2인전에서 공개할 영상과 실사 영화를 준비 중이다. 정통 극영화와 실험 영화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듯한 영상일 것이다.
 


<포자러브>는 어떤 이야기인가? 무엇에서 영감을 받았나?

무수한 존재들 사이에서 우연히 만난 개미와 포자는 여정을 떠난다. 포자가 개미를 잠식하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기 모습에 심취한 개미는 여러 위험과 맞닥뜨린다. 포자는 더 강렬하게 개미가 자길 알아주길 원하고 세상으로 나와 개미를 만나려고 한다. 마침내 포자는 동충하초로 피어나 개미와 대면하게 되지만, 생명이 다한 개미는 포자를 보지 못한다. 이 작품은 포자와 개미의 사랑 이야기다. 포자가 개미를 짝사랑하는 이야기일 수도, 포자가 사랑 그 자체라는 걸 말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로맨스는 아니고 SF나 판타지에 가깝다. 바깥에 있던 포자는 개미 몸 안으로 들어가 점점 자라면서 개미의 형태를 버섯으로 바꾼다. 요즘 누군가를 좋아할 때 스며든다고 표현하지 않나. 포자가 자라나는 모습이 딱 그렇다. 곤충 몸속으로 들어가 버섯으로 자라나는 포자의 생명력이 무척 신비로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바꾸는 무언가의 존재란 점이 매력적이었다.
 


첫 작품을 완성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

그전에는 주로 혼자 짧은 시간에 뚝딱 만들어 스스로 만족하는 수준이었다면, 이 작품은 지원금을 받고 팀을 이뤄 만든 거라 임하는 자세부터 달랐다. 무사히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후반에 미세한 수정 작업이 꽤 오래 걸렸는데 끝내고 나니 후련하면서도 성취감이 컸다. 작년에 서울인디애니페스트, 성북청춘불패영화제에서 수상했을 때 작품이 기특하다고 느꼈다. 사실 내가 지금껏 만든 이야기 중 가장 아끼는 이야기여서 어느 정도 기대는 했는데 막상 상을 받으니 마음가짐이 새로워졌다. 뭔가 인정받고 응원받은 느낌이 강했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걸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다. 영화제에 나가 직접 관객을 만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포자러브 이야기는 4년 전에 처음 썼다. A4 반 장 정도의 쪽글이었는데 1∼2년 후에 그림책으로 내보려고 기획한 것이었다. 그러다 애니메이션과 그림책 수업 중 자기가 어떤 이야기로 책을 만들 건지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내 얘길 듣고 김승연 감독님이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좋은 기회라 여겨 2024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에 신청했는데 덜컥 붙으면서 일이 커졌다.(웃음)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은 즐거움은?

상당히 즐거웠다. 애니메이팅 같은 힘든 작업을 맡은 김승연 감독님은 어땠는지 모르지만.(웃음) 난 그림책 서사를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하는 걸 담당했고, 콘셉트 이미지와 스토리보드도 함께 발전시켰다. 애니메이션은 미리 정해진 순서와 단계를 거쳐 만드니 변수가 적었다. 완성한 작업물이 처음 상상하던 것과 비슷하게 나왔다. 내가 하던 대로 일단 찍고 나서 나중에 끼워 맞추는 식으로 만들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그래서 앞으로 만들 영상은 애니메이션처럼 체계적으로 해보려 한다. 기회가 오면 또 만들고 싶다.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이 있다. 다만 그것만 고집하진 않겠다. 아직 안 해본 게 많으니까.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사실 어떤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각오나 거창한 세계관은 딱히 없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거다. 내 삶과 가까운 이야기다. 나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야 몰입할 수 있으니까. 지치지 않고 오래오래 작업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만들고 싶다고 해서 작품이 뚝딱 나오는 게 아니더라.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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