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62] 이윤지 감독,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순간이 늘 새로워요

Interview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3-02-24 11:00:26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


이윤지 감독이 스톱모션 기법으로 만든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은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일상을 가벼운 에피소드 안에 담은 작품이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온 지혜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지인들을 만날 면목이 없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마음 편하고 엄마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그저 불편하다. 이 감독은 “내 이야기가 곧 모두의 이야기라고 여겨 관객에게 작은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고 말한다.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한 계기는? 정말 자연스럽게 스며들 듯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하게 됐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거라곤 만화영화를 보거나 그림 그리는 것뿐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이후부터는 장래 희망을 쓰라고 하면 애니메이터를 적었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후 곧바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갔다. 처음 접하는 기법이라 생소하고 어렵더라. 그때까지만 해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계속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 길을 계속 가도 될까 고민하던 즈음 같이 일하던 동료 한 분이 단편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있었고 마음이 맞는 회사 사람들과 함께 모여 작업을 도왔다. 그 작품이 바로 박재범 감독님의 빅피쉬다.
참여한 모든 분이 이해관계를 떠나 온 마음을 다해 만들었다. 매일매일 새벽까지 작업하는 날도 많았지만 이렇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빅피쉬를 만난 이후 애니메이션을 향한 진심이 더욱 깊어졌고 그렇게 계속 이 길을 갈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됐다.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렸나?전적인 이야기이자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을 기획할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작업이 잠시 멈춘 상태였는데,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조금은 변화한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어둡지 않고 깜찍하게 그려내고 싶었다. 이 작품은 자취생활을 하며 경험한 작은 에피소드들과 함께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내 목소리와 우리 가족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어 만들면서도 굉장히 즐거웠다. 극 중의 지혜처럼 30대에 접어들면서 회사를 관뒀는데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는 게 참 어려우면서도 설레었던 것 같다. 모두의 이야기인 만큼 보는 이들에게 작은 응원과 심심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었으면 좋겠다.




<별을 담은 소년>에서 별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우주의 먼지가 모여 별이 되듯 이 땅에 모여 살아가는 우리도 별 같은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별을 담은 소년을 처음 기획했을 당시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인 가족, 친구, 연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잊고 살 때도 있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실은 무척 소중한 존재라는 걸 다시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도 우리 안에 있는 따뜻한 감정을 잊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별이 돼주길 바랐다. 이 작품을 보는 모든 이에게 “당신은 참 소중하고 반짝 반짝 빛나는 별 같은 존재야” 라고 말해주고 싶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무엇인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매력은 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화면 안에 보이는 모든 것과 움직임까지도 손으로 만들어낸다는 게 어찌 보면 참 고생스럽고 지난한 과정일 수 있으나 피사체들이 화면 안에 담겨 빛을 받았을 때 느껴지는 그 질감과 생동감은 제작 과정의 고단함을 싹 잊게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이 재료가 될 수 있고 카메라를 비췄을 때 모두 다른 질감으로 나타나는데 그 질감이 마치 눈으로 만져지는 것 같기도 하다. 평범하고 익숙했던 것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순간이 늘 새롭고 즐겁다.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자신만의 세계관은? 꼭 어떤 메시지나 주제를 전달하는 것보다 내가 만든 이야기를 잘 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이야기에는 어떤 모습으로든 작가 자신이 담길 수밖에 없다. 내 주변의 관심사나 경험, 가치관을 떠올리다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고, 이는 어떤 소재와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들이 즐겁고 또 새로운 걸 공부하고 배우는 점도 많이 생긴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만큼 다양한 이야기 안에 자기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담아내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기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준비하고 있거나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 현재 새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사라지고 없는 호랑이가 사실은 어딘가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는 상상에서 시작해 오합지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판타지 가족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물 호랑이와 함께 지금까지와 또 다른 느낌의 이야기, 조금 더 발칙하고 경쾌한 이야기로 그려낼 생각이다. 좋은 이야기가 탄생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별을 담은 소년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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