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열전] 연필로 명상하기 서해인 PD,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내야 후회가 없어요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6-07-24 08:00:41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정신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햇수로 5년 차 PD다. 작품 기획부터 제작, 개봉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다. 물론 혼자 다 하는 건 아니다. 안재훈 감독님, 한승훈PD님과 역할을 나눠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요즘은 장편 애니메이션 아가미 개봉 준비에 정신없다. 지나가다 뭐 하나 보더라도 ‘아가미 홍보에 쓸만한 좋은 게 있나?’란 생각이 먼저 들 만큼 신경이 온통 아가미에 쏠려 있다.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국악을 전공했다. 어릴 때는 재미있었는데 자라면서 슬럼프를 겪었다. 대학에 가서도 이걸 계속 해야 하는 건지, 또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졸업할 때가 되니 ‘이제는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서 그런지 미련이 없었다. 마음을 접고 나서 다음에 뭘 해볼까 하던 중에 문득 애니메이션 작가에 꽂혔다.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게 좋았다. 지금도 늘 뭔가를 끄적인다. 그래서 예전에 쓴 글 을 안 감독님께 무작정 보내 한 번 봐달라고 부탁드렸더니 함께 해보자며 손을 내미셨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운명 같았다. 그리고 아가미의 초반 각색 작업에 곧바로 참여 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내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보다 무대를 꾸미는 게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아 감독님께 건의해 PD로 전향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단연 아가미다. 시나리오 각색 작업부터 참여해 제작 전 과정을 지켜본 첫 작품이라 애착이 없을 수 없다. 극 중에서 아가미는 간절히 숨 쉬고 싶은 우리를 살게 해주는 상처 같은 의미인데 내게도 아가미와 비슷한 게 있어서 그런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난 뭔가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자책할 때가 많다. 이쪽에 와 처음 일할 때도 모르는 게 많아 ‘내가 정말 부족하구나’라며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스스로 다그치며 상처를 내는 이런 자책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숨겨야 할 아픈 상처지만 숨 쉬고 살 수 있게 하는 아가미처럼 말이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상처와 아가미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 아쉬운 순간은 언제였나?

영화를 개봉하고 관객과 직접 만났을 때 이루말할 수 없는 감동과 보람을 느 낀다. 중독성이 강하다. 또 업무상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내 세계가 넓어지는 것 같아 설레기도 한다. 반면 어떤 일을 할 때, 내 능력과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면 후회가 크다. 결과보다 이뤄가는 과정에서 과연 전력을 다했는가가 내겐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하반기에 개봉할 아가미가 어떤 반응을 얻을진 모르지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드는 동력은 뭔가?

일하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살까?’ 나름 내린 결론은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내 행복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스스로 성장하는 데서 큰 기쁨을 느끼더라.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그걸 해냄으로써 그만큼 내가 한 뼘 더 성장한 거라 여긴다. 그래서 일하는 그 자체가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원동력이 된다. 감독님, 제작진과 함께하는 지금의 모든 게 좋다.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나?

차기작으로 영웅 본색2를 준비하고 있다. 그간 서정적인 작품을 선보였는데 처음으로 액션 누아르 장르에 도전하는 거라 기대가 크다. 원작은 주로 남성들 이좋아하는데 애니메이션은 여성들도 좋아할 만한 작품으로 완성해 보고싶은 욕심이 있다. 영웅본색을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다가갈 건지도 전략을 짜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코믹물을 좋아하는데 앞으로 여러 장르에 도전해 작품으로 사람들과 호흡하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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