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열전] 스튜디오티엔티 서동아 PD,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죠

Interview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5-08-13 08:00:46

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기획프로듀서 멘토링 지원사업 참가를 계기로 이곳에 입사했다. 처음엔 현장 실습 인턴으로 들어왔는데 운 좋게도 지금껏 일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요즘에는 해외 출장이 늘어 더 바빠졌다. 아직은 햇병아리지만 짧은 시간에 여러 업무를 경험하면서 차츰 능숙해지고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전공이 디지털 애니메이션이었는데 3D 이미지를 만드는 게 나와 잘 안 맞는다고 느꼈다. 그때 교수님이 PD를 해보면 어떠냐며 추천하셔서 지원사업에 참가했는데 하다 보니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기분이었다. 그 전까지는 PD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사람들과 얘기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내 성격과 잘 맞았다. 그래서 이곳에 기획 PD로 들어왔는데 처음에는 부탁해요! 포코타 이장님의 라인 PD(재정·일정 관리)를 맡았다. 당시에는 일정이나 의견을 조정하는 일이 버거웠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한결 편하다. 이걸 해보니 기획하는 것도 이해가 잘되더라. 그런데 기획 PD를 맡게 되니 조금 막막하기도 하다. 라인 PD는 정해진 스케줄과 흐름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스토리 개발부터 투자 유치, 결과물 완성까지 제작 전 과정에 대한 스케줄과 흐름을 내가 직접 만들어가야 하니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현재 해외 스튜디오와 공동 제작 중인 씨펍스(Seapups)란 TV시리즈다. 육지에서 온 주인공과 바다 동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어드벤처물이다. 버섯몬의 일상의 경우 몇몇 에피소드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도 하고, 부탁해요! 포코타 이장님은 엔딩 크레디트에 내 이름이 올라간 첫 작품이라 나름 의미가 있지만, 씨펍스는 기획 PD로서 제작 전반에 관여하는 첫 프로젝트라 무척 남다르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부탁해요! 포코타 이장님이 첫 방송했을 때다. 밖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함께 스마트폰으로 봤는데 만들 때와 다르게 감회가 새롭더라. 지인들에게 좀 보라며 여기저기 문자나 전화를 돌릴 만큼 뿌듯하면서도 자부심을 느꼈다. 반면 여러 아이디어를 열심히 다듬어 만든 기획서가 외면받을 때는 낙심하기도 한다. 지원사업에 떨어지거나 해외 마켓에서 바이어들의 관심을 못 받으면 그냥 사장되는 거 아닌가. 그럴 때 좀 슬프다. 회사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 같아 더 안타깝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뭔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제작 과정이 유기적으로 잘 맞아 돌아가는 걸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제작진에게 디렉션을 주거나 협조를 구하고 의사를 조율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취미가 맞는 사람끼리 어울리면 편하고 좋은 것처럼 선배나 동료들 모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일하는 게 즐겁다.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다면?

시트콤을 좋아한다. 등장인물이 많고 그만큼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도 많으니까. 잔혹하면서도 웃기는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벌여놓은 일이 많아 수습하기에 바쁘다.(웃음) 15세 이상을 타깃으로 한 호러물 크립틱 주식회사가 올해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 선정됐는데, 만드는 작품마다 빵빵 터져서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테니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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