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5-09-24 08:00:14
태풍이 오는 날, 함께 고래잡이에 나선 경록과 경열 형제. 불의의 사고로 형 경록이 죽고 혼자 돌아온 경열은 어린 조카 여진을 돌보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다시 한번 포경을 제안받은 경열은 삶을 위해 태풍이 치는 바다로 향한다. 강유민 감독은 고래잡이 바다 사나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푸름보다 흐린>을 통해 선택의 순간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관객에게 묻는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상업과 독립 애니메이션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단편 애니메이션 ‘창가로 나온 사람들’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푸름보다 흐린’은 두 번째 연출작이자 첫 중편 애니메이션이다. 빌리빌리의 ‘백요보’시즌4·5, 넷플릭스 ‘Blood of Zeus’시즌3, ‘포켓몬스터 Ecology Diary’등 상업 프로젝트의 원화 작업에도 참여하며 제작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스튜디오에서 IP 기획 개발과 연출에 집중하고 있다.
▲<푸름보다 흐린>
태풍이 오는 날 고래를 잡으러 나간다는 한 줄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잘 먹고 잘 살길 바라지만 현실에서는 늘 수많은 딜레마와 맞닥뜨린다. 난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선택의 기로에 서고, 그 선택이 불러올 책임과 갈등을 마주하는 순간을 그리고 싶었다. 푸름보다 흐린은 욕망과 생존 사이에서 결국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묻는 작품이다.
▲<푸름보다 흐린>
단편보다 긴 호흡을 유지해야 했기에 감정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한 장면의 감정이 다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조율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리고 제작 인원이 많아지면서 연출 의도를 공유하고 톤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제작 기간이 길어 체력과 집중력이 바닥날 때도 많았는데 완성한 영상을 마주했을 때 모든 피로가 보람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함께해 준 모든 분에 대한 감사가 가장 크게 남았다.
데뷔작 <창가로 나온 사람들>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코로나19 감염세가 한창이던 시기에 만든 작품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물리적, 심리적 단절과 고립이 일상화되면서 소통의 의미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당시 내 관심은 사건의 크기보다 감정의 결을 어떻게 화면에 남길지에 있었다. 개인의 틀과 세상의 창을 우리는 어떻게 마주하는지 탐구했다. 그 과정에서 창가에 선 인물들이 대상을 마주하며 만들어내는 온기를, 소통과 회복을 주제로 담아내고자 했다.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였나?
사실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없었다. 어릴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TV와 만화책을 보며 지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표현은 서툴렀다. 그래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우회하며 표현했던 것 같다. 그러다 멈춘 그림보다는 움직이는 그림이 내 말을 더 멀리, 깊게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에 이르게 됐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뭘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별로 즐겁지는 않다.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말을 정확히 전하려다 보면 내 표현이 얼마나 서툰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많다. 그럼에도 긴 설명 없이도 뜻이 전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이건 내 것이다’라는 감각이 남는다. 그 감각이 비록 좀 엉성하더라도 큰 의미가 되기도 하고 내게 예쁘게 빛나는 순간이 있다. 아마 그게 즐거움에 가까운 것 같다.
준비 중인 차기작 있는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차기작은 없다. 다만 오래전부터 SF에 관심이 있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기획 단계의 구상은 있다. 어떤 형식이든 출발점에는 늘 ‘사랑이 사람을 살게 하는가?’라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은 내게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도 이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을 찾아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하고 있는 스튜디오의 IP 기획 개발에 집중할 생각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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