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 선지원에서 완성 검증 후 지원으로 바뀌어야

Special Report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6-03-10 08:00:34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지속 발전하려면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이 ‘선별적 선지원’에서 ‘완성 검증 후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와 관심이 모인다. 임만식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정책분과위원장은 2월 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K-애니메이션 산업 재도약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형 완성 후 지원제 도입 필요”
임 위원장은 ‘지원사업이 변해야 한다: 한국형 완성 후 지원으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행 선별적 선지원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실질적인 제작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해 기한 내에 작품을 완성하기 어렵고 질적 하락도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심사 불공정 논란이 해마다 불거지는 상황에서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즌작 대신 신규 IP를 우대하니 시장성보다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공모전에 사활을 건 기획에만 매몰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위원장은 흥행 수치나 방영 실적 같은 객관적 데이터에 따라 심사 없이 지원 포인트를 자동 적립하는 프랑스의 CNC 제도와 정부가 지급 보증을 서고 은행이 대출해 주는 캐나다의 CAVCO·SODEC 제도를 사례로 들며 “이제 우리도 검증받은 완성작에 대해 지원하는‘한국형 완성 후 지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작사는 정부 보증을 통해 민간 자금을 조달하고, 정부는 일정 검증을 통과한 완성작에 대해 지원금을 줘 대출을 상환토록 하는 방식인데 주관적 평가를 배제한 채 정량적 요건을 갖추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게 하되 제작사의 책임과 자율을 동시에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임 위원장은 “제도가 정착하면 작품 완성률이 대폭 상승하고 고용 창출과 경영 안정 효과는 물론 심사 불공정 논란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영방송, IP 사업 관점서 적극 투자 나서야”
애니메이션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공영방송이 IP 사업화 관점에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 애니메이션 재도약의 길, 공영방송의 역할을 묻다’란 주제의 발제자로 나선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BBC는 영국 키즈 콘텐츠 제작·유통의 거점으로서 상업적 시장이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고품질 어린이 콘텐츠 제작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호주 ABC와 공동 기획한 작품 블루이에 투자해 글로벌 배급과 상품화 권리를 확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애니메이션의 도전에는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공영방송이 소극적인 방영권 구매를 넘어 공동 사업의 파트너로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도 북미 시장에서 한국 영화사상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쓴 자사 히트작 ‘킹 오브 킹스’제작 사례를 소개하면서 글로벌 수준의 투자 및 지원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킹 오브 킹스가 글로벌 무대에서 큰 성과를 올린 이면에는 10년에 걸쳐 제작비 360억 원을 모두 자체 조달해야 했던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기획력과 기술력이 높고 전문 인력도 풍부하지만, 제작을 뒷받침할 지원 제도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구조를 만들려면 글로벌 수준의 과감한 투자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부분적 제도 개선보다 근본적인 투자 환경 만들어야”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제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정무열 이크럭스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애니메이션은 아무래도 리스크가 커서 민간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정부가 펀드 출자 비율을 높여 민간 투자를 유인할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훈 스튜디오애니멀 대표는 “부분적인 제도 개선보다는 ‘애니메이션도 돈이 된다’는 구조를 만들어 투자자들이 골라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기능과 역할을 투·융자사로 전환해 투자 환경을 바꿔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광회 PD는 “정부 정책의 수혜를 입기 어려운 척박한 독립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우수한 감독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며 “애니메이션계 스타트업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분야별 고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국회국제질서전환기속국가전략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가 주관해 마련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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