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5-07-01 08:00:11
과거 순천에서 다리를 치료한 덕에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흑두루미 두리의 자녀 루미. 어릴 적 아빠가 항상 얘기하던 순천만을 궁금해하다 어른이 되어 마침내 순천을 찾는다. 루미는 건강하고 멋진 환경에 큰 감명을 받아 다른 철새들과 달리 이곳에 계속 머무르기로 결심한다. 자세히 알아갈수록 순천과 사랑에 빠진다며 쑥스러워하는 루미는 자칭 순천 덕후다.
순천만습지 사는 두루미와 짱뚱어 공식 마스코트로
뚱이는 모험심이 강하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순천만 갯벌을 넘어 육지에 오른 최초의 짱뚱어라서 짱뚱어계의 콜럼버스로 불린다. 우연히 루미와 만나게 된 뚱이는 함께 순천을 탐험하면서 훗날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에게 들려줄 모험담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루미와 뚱이는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전하는 순천시의 공식 마스코트다. 시의 시조이자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 세계 5대 연안습지에 속하면서 천혜의 생태 자원인 순천만습지에 사는 짱뚱어를 캐릭터로 형상화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생태도시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루미와 뚱이가 처음 등장한 건 2020년. 시는 국가정원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로 높아진 도시 브랜드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지역의 전통문화와 교육도시 이미지를 상징하는 기존 캐릭터 학동이를 대체할 새 마스코트 루미와 뚱이를 개발했다.
시는 캐릭터를 활용해 시정을 더욱 효율적이고 친근하게 알리고자 이듬해부터 루미와 뚱이를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캐릭터 특유의 귀여움을 앞세우면 시정을 더욱 재밌고 친근하게 알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이후 시는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에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SNS에 일상 이야기를 올리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루미와 뚱이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6월 7∼8일 원도심에서 열린 원츠 순천 행사에서 문을 연 루미와 뚱이 반짝 팝업은 한층 높아진 캐릭터 인기와 시민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인생네컷 포토 프레임, 볼 뽑기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큰 인기를 끌었고 일부 품목이 일찍 품절될 만큼 굿즈를 향한 열기도 뜨거웠다.
캐릭터 키워 100년 먹거리 만든다
시는 루미와 뚱이를 앞세워 도시 브랜딩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지만, 갈수록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치열해지자 경쟁력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캐릭터를 리브랜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올 초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ENM과 손잡고 루미와 뚱이의 생태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개발과 디자인 리뉴얼에 착수했다.
시는 우선 캐릭터 세계관을 두루미킹을 향해 순천만으로 모험을 떠나는 루미와 뚱이로 새롭게 설정하고 외모도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갈아입혔다.
새롭게 바뀐 세계관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생태의 보고 순천만정원에는 천년에 한 번씩 새로운 천년을 이끌어갈 두루미킹이 탄생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강력한 힘을 가진 두루미킹이 순천만에 숨겨 놓은 보물을 손에 넣은 자가 왕관을 차지할 수 있다는 말에 수많은 두루미 가문의 후예들이 보물을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싸움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이는 흑두루미 꼬마 루미와 단짝인 짱뚱어 뚱이도 보물찾기 여정에 뛰어든다. 하지만 순진뽀짝 귀여움과 해피 긍정 마인드로 가득한 루미와 진지한 탐구쟁이 뚱이에게는 순천만의 모든 것이 그저 신비로울 뿐. 이들 철부지는 어떤 고난과 역경도 나를 믿고 친구를 믿는다면 극복할 수 있을 거란 마음 하나로 순천만을 향해 나아간다.
시는 이들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그린 쇼츠 애니메이션과 인스타툰을 SNS에 연재하는 한편 순천의 명소를 배경으로 한 PC 및 모바일 배경화면과 이모티콘도 만들어 배포하는 등 더욱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거듭난 루미와 뚱이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시민들이 일상에서 도시 브랜드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굿즈를 개발하고 인기 IP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팬덤을 유입시킬 계획이다.
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캐릭터 산업을 확장하면서 지역 기업 및 창작자의 동반 성장 체계도 구축해 나간다. 기관, 기업, 창작자와의 협업을 통한 콘텐츠 확장을 적극 지원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노관규 시장은 “잘 만든 효자 캐릭터가 지역 경제의 판도를 뒤집는다”며 “세계인을 감동시킬 문화 콘텐츠 IP를 키워내겠다”고 밝혔다.
IP 활용 콘텐츠 산업화 사례 벤치마킹
시는 루미와 뚱이 활용 등 문화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국내외 우수 사례 연구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안시에서 열린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을 참관했고 일본 구마모토현의 마스코트 구마몬을 벤치마킹해 글로벌 인기 IP를 활용한 콘텐츠 산업화 사례를 직접 확인했다. 올 5월에는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몰 광장에 조성한 포켓몬 타운을 찾아 최신 트렌드를 살피기도 했다. 시는 공간 구성이나 체험형 콘텐츠 운영 등 선진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루미와 뚱이를 활용한 관광객 유입 전략에 반영할 방침이다.
노 시장은 “문화 산업은 순천의 미래를 견인할 핵심 성장축”이라며 “국내외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발굴한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해 순천을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민의 계절과 일상의 쉼 담아내는 문화 공간 오천그린광장 & 그린아일랜드
루미와 뚱이 세계관의 배경인 순천만습지와 함께 생태도시 순천을 상징하는 곳은 바로 순천만국가정원이다. 순천만습지가 8,000년 역사의 자연 생태계를 고이 간직한 곳이라면, 풍덕동과 오천동 일대 92만 6,992㎡에 펼쳐진 순천만국가정원은 2013년 4월에 열린 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조성한 인공 정원으로 2015년에 우리나라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됐다.
순천만국가정원 인근 오천동 한복판에 자리한 오천그린광장은 숨 막히는 콘크리트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숨 쉬는 시간을 선물한다. 이곳은 원래 광장이 아니었다. 비가 많이 오면 범람하던 하천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조성한 저류지(빗물 저장 공간)였다. 시는 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이곳을 시민들이 누리는 쉼과 생태, 문화를 품은 장소로 재해석했다. 잔디가 깔린 산책로, 햇살 아래 반짝이는 바닥 분수 그리고 아이들이 맨발로 뛰노는 어싱길로 꾸며 볼품없는 저류지에서 기술과 자연, 사람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시 관계자는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는 일상과 자연, 사람과 환경의 경계를 허물어 도시가 자연을 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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