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플럭스, 원천 콘텐츠 핵심인 이야기 개발에 주력, 정길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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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3-03-01 14:00:54

“한정된 범위에서 새 이야기를 꾸준히 창작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예전에 나온 것과 얼마나 다른지 찾는 게 일이에요. 아예 새 작품을 만드는 게 더 쉬울 수 있죠. ”<출동! 슈퍼윙스> 시즌7, <엄마까투리> 시즌5를 선보이며 국산 장수 애니메이션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퍼니플럭스의 정길훈 대표는 시즌제 제작의 고충에 대해 마른 수건을 짜내는 고통이 따르지만 그만큼 IP의 생명력이 강해진다고 말한다.

내년이면 <출동! 슈퍼윙스> 탄생 10주년이다. 감회가 어떤가? 어느덧 시즌10을 선보일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처음엔 열심히 잘 만들었으니 성공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운이 좋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단 걸 깨달았다.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내년에는 캐릭터 외형을 전체적으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미키마우스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한 것처럼 캐릭터들을 좀 더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으려 한다. 올해는 극장판을 개봉할 예정이다. 시기는 미정이다. 예전부터 준비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다. 출동! 슈퍼윙스의 10주년 기념작이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수 애니메이션이 갖는 의미는? 미국이나 일본에는 수십년째 새 이야기를 내놓는 장수 애니메이션이 많다. 심슨 가족, 짱구는 못말려, 명탐정 코난 등을 보면 만든 사람들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우리도 10년, 20년 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출동! 슈퍼윙스는 지금의 퍼니플럭스를 있게 한 보물 같은 존재다. 현재 시즌8을 만들고 있는데 총 에피소드가 400편에 이른다.
사실 이 정도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이 작아 수익은커녕 제작비를 건지지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꾸준히 새 시즌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건 우리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시장 여건이 성숙해 우리나라에서도 흥행 가능성 있는 작품들이 롱런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애니메이션업계도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작품을 만들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시즌제 작품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제일 어려운 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힘들다. 시즌 제 작품을 만드는 모든 감독들의 고민이지 않을까. 새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준다는 게 실로 만만찮은 작업이다. 소재가 한정돼 있고 세계관을 벗어날 수도 없어서다. 시즌마다 주제에 변화를 주는데 이를 설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반면 고정 시청자와 팬층을 형성해 흥행과 작품성이 검증된 작품이므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전개해나갈 수 있다. 장수 캐릭터의 장점이 어딜 가든 보일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어 익숙하다는 것이다. 실제 출동! 슈퍼윙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매출 비중도 해외가 70%를 차지한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노출량이 많아지다 보니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북미, 유럽, 아시아에서 유명세와 사업 실적이 높다. 미취학 어린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돼 작품 관련 내용을 온라인에서 공유하고 지금까지 나온 100여 종의 캐릭터 중 수년 전에 등장한 캐릭터가 다시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보면서 출동! 슈퍼윙스가 이제는 세대를 넘나드는 IP가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출동! 슈퍼윙스를 보는 새로운 시청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프리스쿨 타깃이고 에피소드가 분리돼 있어 굳이 처음부터 보지 않더라도 내용을 금방 알 수 있다. 엄마까투리의 경우 인지도와 평가가 워낙 좋아 시즌6부터 이야기 구조를 리뉴얼해 타깃 연령을 좀 더 높일 생각이다.

 

남아를 겨냥한 <다이노스터>의 기획 취지는? 시계마을 티키톡, 출동! 슈퍼윙스, 엄마까투리 등 지금까지 만든 작품의 타깃은 모두 프리스쿨이었다. 그래서 타깃을 조금 높여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사실 공룡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은 많다. 다만 공룡 로봇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져 캐릭터성이 다소 약한 듯하다. 우리는 등장인물 중심으로 공룡을 보호하고 지키는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다. 스토리 구성에 공을 많이 들였다. 또 등장인물들이 입는 슈트나 배경 등 볼거리도 화려하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중심은 남아 로봇물인데 우리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시즌1은 52편으로 이뤄졌다. 올여름에 방영할 예정이다.


타깃 높인 OTT용 작품을 만들 계획은 없나? 일본에서는 출판 만화 기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웹툰을 기반으로 OTT용 작품을 만들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사실 2D 애니메이션이라면 모르겠지만 3D로 만들기엔 제작비가 만만찮다. TV시리즈보다 2∼4배가량 높다. 만들었는데 안 사주면 어떡하나. 부가사업도 해야 하는데 큰 장점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우린 원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작품의 핵심인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전략이다. 이를 토대로 웹툰을 선보이겠다. 지난해 웹툰 전담팀을 꾸렸는데 올해 작품을 완성해 플랫폼에 론칭할 계획이다. 만화를 보거나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했기에 꼭 해보고 싶던 분야다. 애니메이션 제작보다 훨씬 가볍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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