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에이콘 오경욱 CBO, "딱 보면 알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바로 브랜드죠"

Interview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2023-08-04 08:00:46


포터리반, 월트디즈니컴퍼니, 삼성에버랜드, 라인프렌즈(현 IPX) 등 미국과 한국에서 굵직한 곳을 두루 거친 그녀가 스튜디오에이콘에 둥지를 튼 건 의외였다. 김선구 대표와 막역한 사이였기 때문이었을까. 오경욱 전무(CBO)의 답은 더더욱 의외였다. “전혀 모르는 분이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 당시 만들고 있던 애니메이션에 대해 설명하더군요. 자세한 건 몰랐지만 눈에 보이는 작품 이미지는 마음에 들었어요. ‘함께 일해보려 했던 인물이다’란 말은 몇 달 후에 들었죠. 이곳에 들어와서 요즘은 자신이 어떤 생각과 신념으로 살고 있고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덤덤히 말하는 걸 들으며 매일 감동 받고 있어요. 하하하!"


 

간략한 회사 소개를 부탁드린다
오경욱이란 이름보다 키키(KEKE)란 닉네임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하다. 전공 분야는 디자인이다. 대학 졸업 후 아기용 침구 디자인 회사에서 첫발을 내디딘 후 어패럴, 홈퍼니싱숍 등을 거치며 여러 일을 하다가 서른 살 때 월트디즈니에 들어갔다. 10년간 일하며 MD, 라이선싱 사업 전반을 경험했는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의 영입 제안을 받고 10년 전 한국으로 건너왔다.


CBO란 직책을 맡았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에게 브랜드는 어떤 의미인가?
CBO(Chief Brand Officer)란 직책은 내가 요구했다. 회사마다 브랜드가 의미하는 게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브랜드는 콘텐츠다. 콘텐츠를 IP나 프랜차이즈라고 말하는 회사도 있다. 통상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 내고 완구로 접목하는 데 머물렀다면 우리는 캐릭터와 이야기, 메시지, 그리고 이를 잘 품은 상품이 팬이나 소비자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전달되는지를 고민하겠다. 사실 애니메이션계에서 콘텐츠라고 하면 영상만 떠올리지 않나. 우린 이보다 더 많은 걸 전달하고 싶다.

 

스튜디오에이콘이 추구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작은 도토리를 모아 거대한 숲을 이루고 싶다. 도토리는 콘텐츠, 즉 브랜드를 뜻한다. 도토리들은 스튜디오에이콘만의 색과 향을 띤다. 이야기와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해 캐릭터와 작품의 메시지와 형상을 보다 선명하게 각인시켜 이를 시청자나 소비자가 오감으로 경험토록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브랜딩 전략이다. 도토리 하나하나를 무럭무럭 키워 울창한 숲을 조성하는 게 공동의 목표라면, 잘 자랄 수 있도록 적절히 가지를 치고 도토리 나무를 아름답게 가꾸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콘텐츠 기획부터 상품 출시, 매대 전시까지 메시지가 들어가는 모든 비주얼 요소를 챙기고 다듬는 게 내 역할이다. 우리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현실 세계로 나와 팬들과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한다. 어떻게 하느냐고? 숱한 경험에서 나오는 본능으로 한다고 해야 하나.(웃음)

 


콘텐츠를 개발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뉘앙스를 중요하게 여긴다. 색상 또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 표정 등은 팬,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캐릭터의 외형, 색상, 디테일을 처리하는 방식, 자연스러운 말투나 대사 같은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의 성격이나 자주하는 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가장 어울리게 스케치를 그려 제작진에 전달한다. 예를 들어 특정 캐릭터를 말할 때 연상되는 컬러가 있지 않은가. 얼굴만 봐도 어떤 성격인지 알 수 있는 표정과 말투를 만들고 색을 입힌다.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정체성을 녹여내고 표현하고자 한다. 그렇게 소비자가 인지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다.


스튜디오에이콘의 주력 IP를 소개해달라
여러 콘텐츠가 있지만 올해는 린다의 신기한 여행 시즌2, 그라운드 크루 토토에 집중하고 있다. 린다의 신기한 여행은 비주얼이 무척 마음에 든다. 요즘 콘텐츠의 스토리나 컬러가 강렬하고 자극적인데 린다는 다르다. 잔잔하면서도 몽글몽글한 느낌의 콘텐츠다. 그라운드 크루 토토는 공항 곳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친구들의 이야기다. 조연처럼 보이지만 진짜 세상을 움직이는 다양한 자동차가 주인공이다. 토토와 친구들의 활약을 통해 유쾌하면서 서로 한 팀으로 움직이는 그라운드 크루들은 협력과 공존, 다양성의메시지를 전한다.


마케팅 전략이 궁금하다
상품도 상품성이 있어야 잘 팔린다. 그럴러면 영상이 가진 메시지와 재미를 상품에 잘 풀어내야 한다. 콘텐츠를 상품에 어떻게 녹여 내는지가 관건이다. IP 특성마다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겠다. 브랜드마다 주력 상품을 달리해 마케팅을 다채롭게 펼치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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