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8월 7일 경향신문은 ‘흥미, 드릴 넘치는 공상과학 만화영화-마징가-Z’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MBC-TV가 아메리칸 피처의 제작으로 지난 수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구라파 등지에서 절찬리에 방영됐던 공상과학 만화영화 마징가Z를 매주 방영할 것” 이라고 전했다.
마징가Z는 엄연히 미국회사가 배급한 일본 만화영화였음에도 MBC는 미국 아메리칸 피처 제작이라는 유령회사를 내세워 국민의 눈,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을 속이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마징가Z는 MBC에서 1975년부터 76년까지 총 92회 방영됐으며 1978년부터 재방송됐다.
1975년 8월 11일자 경향신문은 ‘로보트 군단 세계 정복 꿈’ 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과학자 슈타인 박사는 손자 쇠돌이와 토니에게 로보트 마징가Z만을 물려주고 숨진다” 라는 내용으로 작품의 등장인물들을 소개했다.
당시 MBC는 슈타인 박사가 외국인 이름을 갖고 있음에도 한국의 세계적인 과학자라고 설명했고 일본 만화영화임에도 마치 한국 작품인 것처럼 거짓으로 포장해 방영하는 비양심적인 일들을 자행했다. 방송사가 어린아이라면 회초리라도 들고 혼이라도 내주고 싶을 정도로 철딱서니가 없어 보인다.
1975년 8월 14일자 동아일보는 ‘어린이 프로에 일본 말이’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요즈음 어린이 인기 프로인 M방송국의 서부소년 차돌이는 최근 방영 도중 일본 말 토오키(talkie-사운드)가 튀어나와 깜짝 놀란 어린이들이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고 전했다.
이러한 사태는 만화영화 서부소년 차돌이가 마치 한국에서 만든 만화영화인 것처럼 위장한 슬픈 결과였다. 물론 일본 만화영화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한국 방송사들의 왜곡된 상술 때문이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1975년 11월 14일 동아일보는 ‘판결 없이 경찰이 도서 소각할 수 있나’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공위에서…(중략)…도서출판물의 판매금지, 압수, 소각 등 문공부의 초월행위를 추궁…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않고 경찰이 어떻게 소각할 수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고 보도했다.
이는 법적 절차 없이 만화의 유통을 통제한 국가적 공권력의 불법적인 압제를 지적한 것으로 이후에도 만화에 대한 불법적인 처우는 주기적, 그리고 정기적으로 시도됐다.
이남국
· 전 홍익대 조형대학디자인영상학부 애니메이션 전공교수
· 전 월트 디즈니 &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감독 및 애니메이터
· 국립공주대학교 영상예술대학원 게임멀티미디어학과 공학석사
· CANADA SENECA COLLEGE OF APPLIED ARTS & TECHNOLOGY
아이러브캐릭터 / 이남국 교수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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